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오! 수정

울프팩 2005. 10. 14. 12:07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2000년)은 사람의 관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똑같은 일을 겪어도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을 재미있게 풀어놓았다.

한 여자와 두 남자가 벌이는 미묘한 로맨스를 약간 어수선하게 풀었지만 나름대로 색다른 시도가 좋았다.
이 작품을 보면 홍 감독의 연출이 겉보기에 심드렁해 보여도 의외로 사람의 심리를 날카롭게 포착하는 구석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치 등장인물들의 마음속을 엑스레이로 촬영한 듯한 대사와 그림들을 보며 많이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이 할리우드 영화처럼 드라마틱하지 않아도 관객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쳐 다시 나온 DVD 타이틀은 화질이 개선됐다.
흑백 영화라는 특성상 화질이 개선돼도 큰 차이가 나지 않아 쉽게 파악하기 힘들다.

1.78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의 화질은 디지털 리마스터링에도 불구하고 배경에 지글거림과 링잉 현상이 보인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음량이 지나치게 높고 소리가 날카로운 편이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이 이은주가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은 영화다.
정보석과 이은주는 곡예사의 줄타기 같은 아슬아슬한 로맨스를 벌인다. 이은주의 내숭은 정보석과 함께 관객의 애를 태운다.
항상 인물들의 앉은키 높이에서 옆모습을 잡는 특유의 앵글이 홍 감독 영화의 특징이다. 세 사람이 대화를 나눠도 인물들의 정면 모습 클로즈업이나 원 샷을 따지 않는다.
홍 감독은 음주장면을 찍으며 진짜로 술을 마시라고 요구해 이은주, 문성근 등 배우들이 대취해 몸을 가누기 힘들게 만들었다.
황당하게도 이은주의 노출 연기 때문에 에로영화라는 소문이 나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쳤던 이은주는 영화에서 직접 피아노를 연주했다.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 등 여러 곡을 연주했는데 영화에서는 '빠삐용'의 메인테마가 쓰였다. 원래 피아노 연주는 문성근이 하기로 했으나 피아노를 칠 줄 몰라 이은주에게로 넘어갔다.
그다지 배우들의 노출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는 에로틱하다.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레이  (4) 2005.11.12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  (8) 2005.11.08
시월애  (4) 2005.10.03
노트북  (7) 2005.09.17
쓰리 몬스터  (9) 2005.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