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옹박

울프팩 2004. 5. 21. 14:19

'옹박'의 주인공 토니 자.
그의 무술은 참으로 우악스럽습니다.

멀리서 뛰어올라 떨어지며 상대의 정수리를 양 팔꿈치를 모아 내리 찍습니다.몸을 솟구치며 빠르게 서너바퀴 회전해 무릅과 허벅지로 상대의 몸통을 후려찹니다.
순간 머리뼈가 주저 앉고 갈비뼈나 정강이뼈 부러지는 소리가 울립니다.
어찌나 과격하던지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고 몸이 떨립니다.

이소룡의 세련된 몸놀림도, 이연걸의 물흐르듯 부드러운 움직임도, 성룡의 익살맞은 동작도 아닙니다.
흉포하기 그지없는 야수의 원초적인 육박전입니다.
그게 바로 태국의 전통 무술인 무에타이의 특징이랍니다.

일견 세련된 점도 있습니다.
180도는 우습고, 360도는 기본이며 심지어 720도 빠르게 회전해 걷어차는 발차기와 허공에서 허리를 뒤로 꺾어 무릅으로 올려차는 장면은 마치 댄스를 보는 것 같습니다.

또 빠르기는 어찌나 빠르던 지.
막다른 골목 입구를 꽉 메운 채 적들이 새까맣게 몰려오자 토니 자는 바람처럼 사람들 머리 위로 뛰어올라 어깨를 퍽 퍽 밟고 달아납니다.
자동차가 달려오자 스트레칭 하듯 다리를 쫙 벌려 몸을 바닥에 찰싹 붙인 채 빙글돌아 달리는 차 밑을 빠져 나갑니다.
비좁은 유리 틈새와 쇠가시가 날을 세운 좁다란 철망을 비호처럼 통과하는 몸놀림은 곡예에 가깝습니다.

시사회장을 가득메운 기자들은 연신 탄성을 터트리기에 바빴습니다.
저게 정말 사람일까 싶을 정도로 그의 움직임은 대단했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모든 액션이 와이어나 CG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날것 그대로였기 때문입니다.

단순무식하고 화끈한 영화가 끝나고 나서 토니 자가 일행과 함께 시사회장에 들어섰습니다.
영화속 액션이 카메라 장난이 아닌 실제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시연이 열렸습니다.

다리를 좍좍 벌리며 스트레칭을 하고 탁구공처럼 공중으로 솟구쳐 회전을 하며 몸을 푼 그는 곧바로 영화속 한 장면을 재연했습니다.
팔꿈치로 정수리를 찍은 뒤 무릅으로 상대의 가슴을 가격하고, 허벅지와 팔뚝으로 정강이뼈와 목을 후려 갈깁니다.

순식간에 예닐곱 사람이 바닥에 뒹굽니다.
물론 사전에 호흡을 맞춘 각본이겠지만 어찌나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진행되던지 시사회장을 메운 사람들이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압권은 사람밟고 달아나기.
일곱 사람쯤 불규칙한 형태로 쭉 세워 놓은 다음 토니 자가 뛰어 올라 사람들의 어깨를 밟고 달아나는 시범입니다.
개구리모양 껑충 도약한 토니 자는 사람들 어깨를 껑충 껑충 밟고 달아나 버립니다.
절로 박수가 터져나왔습니다.

그만큼 토니 자의 무에타이는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아마 한동안 무에타이는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딴지를 걸자면,
옹박의 선전 문구에 '이소룡은 죽었다, 성룡은 늙었다, 이연걸은 약하다'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래서 토니 자 밖에 없다는 뜻이지요.

그런데...결정적으로,
토니 자는 얼굴이 안됩니다.
불을 토해내듯 카리스마가 넘쳤던 잘 생긴 이소룡이나, 예쁘장한 이연걸, 친근감 넘치고 편안해 보이는 성룡에 비해 토니 자는 동네 머슴처럼 너무 투박하고 개성이 없습니다.
아무리 몸짱 시대라지만 개성없는 마스크는 사람들 기억에 오래 남기 힘든 법이지요.

석가탄신일에 개봉한다니, 킬링 타임용 영화를 찾으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연신 탄성을 발하느라 정신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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