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용의자

울프팩 2013. 12. 28. 16:55
가끔 보면 본말이 전도된 영화가 있다.
스토리, 연기 등 기본기에 충실해야 하는데 요란한 컴퓨터그래픽이나 눈요기꺼리를 부각해 부족한 기본기를 가리는 식이다.

원신연 감독의 '용의자'(2013년)가 그런 영화다.
이 영화의 액션은 아주 화려하다.

러시아의 시스테마 무술을 이용한 북한 특수부대원과 이를 추격하는 정보기관 요원들의 싸움은 물론이고 자동차 추격전에 총격전까지, 한국에서 일어나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할리우드 액션이 쏟아진다.
특히 계단으로 이뤄진 언덕길을 뒤로 달려내려오는 자동차 추격전은 보는 이를 아찔하게 만든다.

어느 순간 차가 허공에서 한바퀴 공중제비를 돌아 떨어지는 장면은 어떻게 찍었을까 싶을 정도로 대단하다.
하지만 정신없이 액션을 몰아치는 것은 좋은데,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액션들이 큰 흐름으로 모이지 않고 파편처럼 흩어진다.

이유는 이야기가 억지스럽기 때문이다.
마치 액션장면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억지로 이야기를 배치한 것처럼 상식 이하의 말도 안되는 스토리가 난무한다.

국정원에 느닷없이 기무사 요원이 들어와 수사를 지휘하는 것도 그렇고, 말도 안되는 반전으로 계속 추격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도 억지스럽다.
그렇다 보니 캐릭터들의 연기가 과장될 수 밖에 없다.

방첩부대 지휘관을 연기한 박희순과 국정원 요원을 맡은 조성하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경직돼 악을 쓰거나 결정적인 순간에 위악적인 웃음으로 연기한다.
여기에 유다인이 연기한 방송사 기자 역할은 공중파와 지상파도 구분못하는 한심스런 모습을 보여준다.

아무리 액션영화가 액션이 중요한 장르이긴 하지만 기본적인 줄거리가 말이 돼야 한다.
원빈의 '아저씨'가 성공한 것도 개연성이 있었기에 현란한 액션이 빛을 발한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사방천지에 흩어진 직쇼퍼즐처럼 액션을 잔뜩 늘어 놓고 이를 억지로 맞추려 하니 영화가 지루하고 시끄럽기만 하다.
몸을 사리지 않고 연기한 공유 등 배우들만 불쌍해 보인다.

요란한 액션만으로 때우기에는 개연성있고 설득력있는 스토리의 부재라는 허점이 태평양 만큼 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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