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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블루레이)

울프팩 2015. 4. 6. 23:25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로또에 당첨돼 돈벼락을 맞거나 영웅이 돼서 사랑하는 여인을 구하는 식의 황당하면서도 짜릿한 상상을 한 번쯤 해본다.

물론 실현 가능성이 요원하지만 상상만으로도 즐거우니 꼭 무익한 일은 아니다.

 

1939년 제임스 서버는 보통 사람들의 흔한 상상을 글로 써 돈을 벌었다.

그가 뉴요커지에 발표한 단편 '월터 미티의 은밀한 생활'은 평범한 소시민인 월터 미티가 직장을 가거나 마지못해 따라나선 아내의 쇼핑길에 떠올린 공상들을 다뤘다.

 

때로는 암살자가 되고 때로는 군인이 돼서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는 이야기는 그만큼 오락거리로 손색이 없어 MGM에서 1947년 뮤지컬 코미디 형태의 영화로 만들었다.

그로부터 65년이 지나 코미디언 겸 배우 벤 스틸러가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만든 리메이크작이 바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년)라는 영화다.

 

리메이크작의 묘미는 시대적 배경을 현대로 옮겨 요즘 사람들이 안고 있는 고민을 녹여 낸 점이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며 일어난 산업 변화에 따라 구조조정에 내몰린 직장인이 꿈꾸는 상상은 그만큼 현실적이다.

 

해고의 칼자루를 쥔 못된 직장 상사와 결투를 벌여 혼내주고, 사랑하는 여인에게 때로는 비장하고 때로는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황당한 공상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공감대를 쉽게 끌어 낸다.

 

특히 월터의 상상은 그린랜드, 아이슬랜드, 히말라야와 뉴욕 등 각지를 오가며 펼쳐진다.

감독 겸 제작, 주연을 맡은 벤 스틸러는 디지털 작업이나 스튜디오 촬영을 하지 않고 대부분 야외, 그것도 되도록 현지 촬영을 고집했다.

 

그만큼 아이슬랜드와 히말라야의 풍경을 시원하게 잡아낸 영상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는 '섹스 앤 시티' '브리짓 존스의 일기', 제인 캠피온 감독의 '피아노' 등에서 단정한 영상을 보여 준 촬영감독 스튜어트 드라이버그의 솜씨다.

 

여기에 영상과 잘 어울리는 맛깔스런 음악도 분위기를 제대로 살렸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데이빗 보위의 'Space Oddity'는 월터 미티를 응원하는 주제가 역할을 하며 영상과 잘 맞아 떨어졌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쥬랜더' 등 벤 스틸러의 황당한 코미디 때문에 지레짐작으로 이 작품을 외면한다면 괜찮은 영화를 놓치게 된다.

의외로 지나치게 가볍지 않고 현대인이 안고 있는 진지한 고민을 월터의 상상 속에 재미있게 녹여 낸 수작이다.

 

변화의 물결 속에 구조조정을 감행하는 라이프 지의 모습은 비단 미국 언론만의 모습은 아니어서 더욱 안타깝게 다가왔다.

다만 한 가지, 영화 말미에 나오는 라이프지의 마지막 오프라인 출간호 표지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영화를 위한 극적 장치로서 그렇게 설정했겠지만, 언젠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의 인물 표지에 거울 같은 표지를 썼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런 식의 접근이었더라면 훨씬 더 가슴에 와닿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1080p 풀HD의 2.40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우수하다.

고운 입자감이 느껴지는 영상은 전체적으로 색감의 균형이 잘 잡혀 있다.

 

DTS-HD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소리의 방향성도 좋고 리어 스피커를 적절히 활용해 서라운드 효과가 괜찮다.

부록으로 삭제 및 확장 장면, 제작과정, 갤러리와 호세 곤잘레스의 'Stay Alive' 뮤직비디오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C에서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이 작품은 제임스 서버가 1939년 뉴요커지에 연재하던 단편 소설이 원작이다. 

1936년 창간된 라이프는 72년까지 주간지로 발행되다가 72~78년 부정기 발행했으며 1978~2000년 월간지로 전환했다. 라이프지는 뉴욕 맨하탄 미드타운의 타임&라이프 건물 5개층을 사용한다.

모든 그린랜드 장면은 아이슬랜드에서 찍었다. 비행기 앞쪽에 서 있는 두 대의 렌터카는 대우 마티즈다. 

MGM은 1947년 이 작품을 데니 케이 주연의 뮤지컬 코미디 영화로 만들었다. 당시 영화는 월터가 환상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오는 원작과 달리 그대로 모험 속 영웅으로 둔갑을 시켰다. 그 바람에 원작자인 제임스 서버는 원작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영화를 싫어했다. 

늘 시계추처럼 똑같은 삶을 사는 사람이 머리 속에서 완전히 다른 삶을 산다는 발상이 원작의 성공 요인이 됐다. 아이슬랜드에는 2014년까지 파파존스가 진출하지 않았다. 

아이슬란드의 고불고불한 길을 스케이트 보드로 타고 내려가는 장면이 참으로 시원하다. 내리막에서 스케이트 보드로 질주하는 장면은 프로 선수가 대신했으며, 가까운 클로즈업 샷은 벤 스틸러가 달리는 크레인 카에 와이어를 연결해 매달린 채 보드를 타는 시늉을 했다. 

차가운 아이슬란드 앞바다에 빠진 장면은 수조가 아닌 실제 아이슬란드 앞바다에서 촬영. 벤 스틸러가 직접 물에 뛰어 들었다. 그린랜드에서 이륙하는 헬기에 뛰어올라 매달리는 장면은 대역이 연기했다. 

히말라야로 넘어가는 아프가니스탄과 네팔 국경 장면도 아이슬랜드에서 촬영. 

숀 펜이 사용하는 카메라는 니콘의 F3/T인데 니콘의 허락을 받지 못해 로고를 흐리게 처리했다. 

감독은 2010년 고어 버빈스키가 맡을 예정이었으나 '론 레인저' 작업 때문에 2011년 벤 스틸러로 바뀌었다. 주연으로 짐 캐리, 오웬 윌슨, 마이크 마이어스, '보랏'의 주인공 사챠 바론 코헨 등이 물망에 올랐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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