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위플래쉬

울프팩 2015. 3. 14. 11:27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위플래쉬'(Whiplash, 2014년)는 선혈이 낭자한 음악 영화다.

마치 실베스터 스탤론의 출세작 '록키'(http://wolfpack.tistory.com/entry/록키-DE)를 연상케 한다.

 

무명의 음악가가 피나는 노력을 통해 정상급 밴드의 드러머 자리를 꿰차는 과정은 3류 건달 록키 발보아가 세계 헤비급 챔피언과 한 판승을 벌이는 과정을 떠올리게 한다.

최고의 자리는 워낙 노리는 사람이 많아 결코 만만치 않다.

 

무수한 도전자들과 경쟁을 벌여 살아남기 위해 주인공은 손바닥 살이 갈라져 터지도록 쉼 없이 드럼을 두드린다.

스네어와 탐탐 위에는 만만찮은 맞수들이 치열한 주먹 다짐을 한 것처럼 여기저기 핏방울이 얼룩져 있다.

 

영화의 단선적인 줄거리에도 불구하고 긴장을 놓치 않은 채 집중해서 보게 만드는 힘은 놀라운 드럼연주다.

온갖 악기 소리를 뚫고 울려 퍼지는 힘찬 드럼 소리는 머리를 쪼갤 듯 파고 든다.

 

오히려 각종 악기가 어우러진 대편성 음악 보다도 때로는 단 하나의 드럼이 더 풍성한 소리를 들려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각본을 직접 쓴 감독이 고교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이 작품은 영화 곳곳에서 벌어지는 위대한 대결과 투쟁을 담았다.

 

최고가 되기 위해 사랑하는 여인을 멀리 하는 등 주인공이 자신과 벌이는 끝없은 싸움부터, 최고가 아니면 살아 남을 수 없다며 밴드 멤버들을 악에 받쳐 닥달하는 선생, 그리고 결정적으로 쉽게 틈을 허락하지 않는 드럼이라는 악기와의 싸움이 시종일관 보는 이를 긴장 속으로 몰아 넣는다.

이를 결정적으로 응집해서 보여주는 장면이 막판 연주 장면이다.

 

주인공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즈 명곡 'caravan'을 연주하는 장면은 숨도 크게 쉬지 못할 만큼 집중해서 보게 만든다.

새삼 드럼이라는 악기의 위대함을 여실히 드러낸 연주다.

 

여기에는 실제 드럼 연주자로 활동하다가 배우가 된 마일즈 텔러의 뛰어난 드럼 연주가 제대로 한 몫 했다.

그가 실제로 두드린 드럼 연주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어깨가 들썩이고 머리를 까딱거리게 된다.

 

아울러 지독한 선생을 연기한 JK 시몬스의 연기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을 잡아먹을 듯 소리치는 그의 연기는 마치 전쟁터에서 작렬하는 포탄을 보는 것 같다.

 

꾹꾹 눌러 놓은 에너지가 결정적인 순간에 분출하는 듯한 그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이번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수상에 절로 수긍이 간다.

촬영도 훌륭했다.

 

눈이 미처 쫓아가지 못할 만큼 빠르게 움직이는 드럼 스틱과 땀방울이 뚝뚝 듣는 주인공의 얼굴을 번갈아 보여주면서도 정확하게 스틱이 꽂히는 자리를 짚어 주는 영상은 드럼이라는 악기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불가능한 촬영이다.

그만큼 감독의 연출이 뛰어나다는 반증이다.

 

엔딩 타이틀이 올라가면, 오랫동안 보물처럼 모셔 놓은 진 크루파와 버디 리치의 'The Drum Battle' LP가 떠오른다.

다시금 그들의 드럼 연주를 턴테이블에 걸고 싶게 만드는 훌륭한 작품이다.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C에서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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