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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은하철도 999 극장판(블루레이)

울프팩 2016. 6. 10. 12:27

린 타로 감독이 1979년에 만든 극장판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를 요즘 다시 보라고 하면 처음 본 사람들은 촌스럽다고 느낄 수 있다.

어쩌면 요즘 애니메이션과 확연하게 다른 캐릭터와 작법 때문에 오히려 신기하게 보일 수도 있다.

 

구시대적이고 퇴물 같아 보이는 이 애니메이션 작품은 1980년대에 꽤나 많은 인기를 끌었고, 이 작품을 보며 자란 세대들에게는 과거를 떠올리게 만드는 추억의 작품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 작품보다는 이보다 앞서 방영된 TV시리즈가 명작이다.

 

113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TV시리즈는 1978년 일본 후지TV에서 2년 6개월에 걸쳐 방영됐다.

국내에도 들어와 MBC에서 1981년 방영했다.

 

국내에서도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특히 '타타타'를 부른 가수 김국환이 부른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로 시작하는 주제가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훗날 김국환을 유명하게 만들었다.

 

당시 일요일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 이 작품을 기다렸다.

사실 아이들이 보기에 그렇게 이해하기 쉬운 주제가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독특한 그림체와 뒷편을 궁금하게 만드는 이야기 덕분에 열심히 봤던 기억이 난다.

 

극장판은 TV판 에피소드를 압축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집어 넣었다.

재미있는 것은 TV판에서 어린 꼬마였던 주인공 철이가 극장판에서는 어느 정도 자란 소년이 됐다는 점이다.

 

다행히 여주인공 메텔은 나이를 먹지 않고 그대로다.

기본 줄거리는 TV판과 동일하다.

 

기계인간들에게 엄마를 잃은 철이가 복수를 위해 메텔과 함께 은하철도 999를 타고 별들을 찾아다니는 내용이다.

이야기보다 '터미네이터'처럼 세기말적 분위기 속에 펼쳐지는 인간과 기계의 대결, 그리고 그 속에서 영생을 추구하는 것보다 인간답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에 힘이 실렸다.

 

지금보면 촌스러운 그림이지만 당시로서는 캐릭터와 특징과 매력을 제대로 살린 그림들이었다.

특히 사람들을 흠뻑 빠져들게 만든 우주해적으로 나오는 캡틴 하록이나 에스메랄다, 우주를 가르는 거대한 전함 등의 모습은 지금보다 놀라운 발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1080p 풀HD의 1.78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이 작품과 후속편인 '안녕 은하철도 999' 두 편이 하나의 박스세트로 묶여 국내 출시됐다.

화질은 괜찮은 편이다.

 

메시한 지글거림이 보이지만 DVD타이틀보다 월등 개선돼 윤곽선이 뚜렷하고 색상이 깔끔하다.

돌비트루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에서 노크소리가 들리는 등 간헐적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우리말 음성 더빙도 들어 있다.

부록은 과거 출시된 DVD 타이틀과 동일해 애니메이션 전문가 송낙현씨 등이 참여한 음성해설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주인공 철이와 메텔. 철이가 많이 자라서 TV판과 다른 모습이다. 이 작품의 TV판은 국내의 경우 1981년 MBC에서 처음 전파를 탔고 1996년 MBC에서 재방했으며 2003년 케이블TV에서도 다시 방송했다. 이후 2008년 EBS에서도 방영됐다.

기차가 땅 위가 아닌 우주를 나는 점이 특이하다. 원작은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마쓰모토 레이지가 그린 만화다. 그는 이 작품을 1977년 만화잡지에 연재했고 이를 토대로 TV판과 극장판이 제작됐다.

이 작품을 제작한 도에이영화사 사장은 린 타로 감독이 만든 '우주해적 캡틴하록'을 보고 감동받아 린 타로에게 이 작품의 연출도 맡겼다.

하록의 친구이자 주인공을 돕는 여해적 에스메랄다. 이 작품은 나중에 뮤지컬로도 제작됐다.

기계인간이나 우주해적선의 엔진에 사람의 영혼이 들어가 기계와 혼연일체가 된다는 설정이 독특했다.

TV판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기계인간이 아름다운 여인을 죽여 박제로 만들어 전시한 모습이다. 지금 다시봐도 잔인하고 충격적인 장면이다.

옆으로 길게 찢어지며 큰 눈, 작고 가느다란 입과 턱 등 마쓰모토 레이지 작품 특유의 여성상이 잘 녹아 있는 메텔. 그는 다른 애니메이션인 '천년여왕' '우주해적 캡틴하록' 등에도 비슷한 이미지로 다른 캐릭터에 녹아들었다.

정작 주인공 소년보다 더 인기를 끈 우주해적 캡틴 하록.

일본 애니 특유의 정지 화면이 많고 횡스크롤이 자주 등장한다. 이 작품은 TV판이 종료되기 전에 개봉됐다.

죽지 않고 아프지 않는 기계몸에 대한 동경은 인류의 영원한 꿈인 불로장생과 무병장수를 대신한다. 원작자의 메시지는 "유한한 생명이기에 사람들은 열심히 살고 동정심이나 친절함을 갖는다"는 대사에 들어 있다.

은하철도 999 (극장판1) : 블루레이
은하철도999 극장판 2종세트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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