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음란서생 (한정판)

울프팩 2006. 6. 2. 19:13

김대우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한 '음란서생'(2006년)은 참으로 재치있는 작품이다.
야설, 동영상, 댓글 등 현대적인 요소들을 사극에 절묘하게 대입한 솜씨가 일품이다.

무엇보다 김탁환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정교하게 구성한 드라마가 돋보인다.
또 감칠맛나는 대사도 매력적이다.
꽤나 문학적으로 표현한 대사들을 보면 김 감독은 소설을 써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사대부 집안의 관리가 우연히 음란소설을 접하면서 졸지에 야설 작가로 변신하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 관리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왕의 여인인 후궁과 사랑에 빠지면서 이야기는 아슬아슬하게 전개된다.

어찌보면 감독은 음란이라는 주제를 통해 금기시된 모든 것들에 도전장을 던진 셈이기도 하다.
과거나 지금이나 버젓이 드러낼 수 없는 음란한 소재들을 통해 보다 솔직하게 인간의 속내를 얘기해보자는게 감독의 의도가 아닐까 싶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평범한 화질이다.
잡티는 안보이지만 윤곽선이 두터운 편이다.
선명한 화질을 위해 샤프니스가 좀 더 높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울러 암부디테일도 약간 부족하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그런대로 들을 만 하다.
문제는 삭제장면, 제작과정, 인터뷰 등 부록에 들어있는 사운드다.
배경 음악과 영화대사 음량이 지나치게 커서 곧잘 인터뷰 목소리가 묻혀서 잘 안들린다.

<파워 DVD 캡처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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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헌부 정랑 김윤서(한석규)와 의금부 도사 광헌(이범수)이 야설작가로 손을 잡는다. 윤서는 글을 쓰고 광헌은 야한 그림을 그려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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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쇠좆매가 이렇게 생겼다. 문헌을 보면 소의 생식기를 추려내 말린 이 도구에 납을 매달아 채찍처럼 형구로 사용했다고 나온다. 여기서는 속을 채워 몽둥이처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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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을 읽고 여인네들이 감상평을 붙인 댓글 화면의 배경은 CG다. 이외 김민정에게 날아든 벌도 CG로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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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는 후궁과의 사랑 등 가슴 속 음욕을 소설화해서 인기를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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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공장 풍경. 작가가 원본을 넘기면 글쟁이가 필사를 하고 환쟁이는 삽화를 베낀다. 이를 받아 배급업자(오달수)가 책을 푼다.
윤서가 얘기하는 성행위 묘사를 CG로 처리한 화면도 재치있다.
아역배우 출신인 김민정이 이 작품에서 꽤나 고혹적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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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여인의 분노와 질투는 무섭다.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 일보 직전으로 몰고 간다. 이 장면에서 창가로 스며드는 빛은 극적 효과를 돋보이게 만든다. 전체적으로 이 작품은 의상, 조명이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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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의 목숨을 노리고 막아선 자들이 내시라는 광헌의 말을 듣고 오달수가 한마디 한다. "불알없는 놈들? 이놈의 새끼들, 거 일찍 들어가서 뒷물이나 하고자지, 왜 남의 뒤를 따라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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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남자를 죽음으로 내몬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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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처럼 찾아든 사랑에 여심이 흔들리고 많은 남자들이 농락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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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질투를 느낀 왕이 윤서를 죽이려 하자 후궁이 막아선다. 그때 흘러나오는 윤서의 대사는 참으로 문학적이다. "사랑이라 말하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는데 어찌 사랑이라 말하겠나이까. 다만 이 가슴에 담아 저승에서 만나 뵈올 뿐이옵니다." 차라리 사랑을 품고 죽을 지언정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 사랑을 말하는 것처럼 보이기 싫다는 순애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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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이 짓을 많이 해봤다. 교과서 한귀퉁이에 연속되는 그림을 그려넣고 책장을 빠르게 넘기면 그림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초보 소준의 애니메이션이다. 윤서가 동양화를 이용해 선보이는 그림을 동영상이라 부르는 이 장면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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