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인셉션

울프팩 2010. 7. 24. 10:11
'인셉션'(Inception)은 현대판 판타지다.
마법과 괴물이 오가는 대신 사람들의 생각과 꿈을 훔친다.

사람들의 꿈 속에 침투할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을 지닌 둠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일본 기업가 사이토(와타나베 켄)의 의뢰로 거대 합병 기업의 총수 후계자인 피셔(킬리언 머피)의 꿈에 침투한다.
그곳에서 코브는 피셔의 무의식과 싸워가며 사이토의 의뢰와 자신의 미래를 위한 싸움을 벌인다.

감독은 기발한 작품을 잘 만들기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놀란.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가 온 몸에 문신을 새겨 기억하는 '메멘토', 세계 최고 마술사들이 환상적 대결을 벌이는 '프레스티지', 배트맨을 느와르의 영웅으로 만든 '다크나이트'와 '배트맨 비긴즈' 등 화제작들을 줄줄이 만든 인물이다.

놀란 감독은 전작들에 매료된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사람들의 꿈을 훔치고 생각 속으로 파고 든다는 기발한 소재를 들고 나왔다.
한 발 앞선 소재를 탄탄하게 뒷받침한 것은 요란한 영상이다.

사람의 상상이 빚어낸 꿈 속이니 무슨 일인들 못일어나겠는가.
도로 위로 기차가 질주하고 우주 유영하듯 사람들이 호텔 복도를 둥둥 떠다닌다.

일단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영화는 때로는 비디오 게임을 하듯, 때로는 수수께끼를 풀듯 결말을 향해 이야기를 밀어 붙인다.
그렇게 공상에 가까운 현대판 판타지에 빠져 3시간이 흘러 간다.

하지만 3시간 동안 중독성이 강한 비디오 게임을 즐기고 일어난 것처럼 뒷 끝은 허무하다.
이야기의 공허함 때문이다.

포스터에 '매트릭스'를 언급하며 광고를 했는데, 지적 쾌감과 볼거리를 동시에 충족시킨 '매트릭스'와 달리 메시지나 철학이 없고 볼거리에 의존하기 때문.
그렇다고 작정하고 만든 오락물처럼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거나 매력적이지도 않다.

감히 '매트릭스'와 견주기에는 역부족인 작품.
영화 광고는 허장성세다.

참고로, 아이맥스 DMR로 영화를 본 결과, 이 영화는 아이맥스로 보면 역효과가 난다.
아이맥스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맥스 영화는 일반 35미리가 아닌 몇 배나 큰 전용 필름과 전용 카메라를 사용해 촬영한다.
그래야 아이맥스 전용관의 대형 스크린을 가득 메울 그림과 해상도를 확보할 수 있다.
실례로 '배트맨 다크나이트'의 아이맥스 촬영 영상을 보면 일반 2.35 대 1 화면비보다 훨씬 넓은, 마치 4 대 3에 가까운 영상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작품은 일부 65미리 촬영 영상을 제외하고 대부분을 35미리로 찍었으며, 이를 디지털 작업을 거쳐 아이맥스용으로 변환했다.
쉽게 말해 아이맥스보다 해상도가 떨어지는 일반 영화를 돋보기를 들이대 아이맥스 용으로 부풀린 격이다.

결과적으로 화질이 떨어져 깨끗하지 못하고 어색하며, 움직임이 심한 영상은 눈에 거슬린다.
그에 비해 아이맥스가 일반 상영관보다 요금은 비싸니, 오히려 더 많은 돈을 주고 화질이 좋지 않은 영화를 찾아보는 셈이다.

한마디로 아이맥스용은 비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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