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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 드레드(블루레이)

울프팩 2016. 11. 29. 20:00

1970년대 영국 잡지에 연재된 '저지 드레드'는 강력한 사법권력이 통제하는 암울한 미래를 그린 디스토피아적인 만화다.

핵 전쟁으로 처참하게 파괴된 미래에 사람들이 모여든 대도시에 온갖 범죄와 무질서가 난무하다보니 이를 통제하기 위해 사법집행권까지 갖는 강력한 경찰이 등장한다.

 

즉, 경찰이 현장에서 재판하고 즉결 심판까지 한다.

어찌보면 나치 시대처럼 전체주의 국가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다.

 

이는 원작 만화가 나온 1970년대 영국 상황과 유사하다.

당시 영국은 경기 침체와 잦은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국력이 쇠퇴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세계에서는 이를 병에 비유해 '영국병'이라고 불렀다.

여기에 급격한 산업화로 도시에 인구가 집중되면서 도시 빈민이 늘어나며 범죄율 또한 증가했다.

 

자연스럽게 경찰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고 사회는 전반적으로 강압적인 분위기를 띄었다.

이 같은 상황은 1970년대 경제개발을 중시하며 국민의 희생 속에 급격한 산업화로 치닫던 우리 사회와 닮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반항의 목소리가 튀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

그래서 영국이 사실상 록 음악의 발원지가 됐다.

 

이 작품의 원작자들은 혼돈 속에 점점 비대해 지는 정부의 강력한 권력을 위험하게 봤다.

역설적이게도 강력한 권력은 비리와 타락의 보호막이 될 수도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피트 트래비스 감독은 이 같은 원작의 분위기를 동명 영화(Dredd, 2012년)를 통해 잘 살렸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촬영한 도시 전경을 통해 200층의 초고층 건물이 운집한 미래의 도시인 메가시티 분위기를 잘 살렸다.

 

여기에 원작 만화를 빼닮은 복장과 장비로 더할 수 없이 마초적인 주인공을 재현했다.

저지 드레드는 악을 처단하기 위해 더 할 수 없이 잔혹한 방법을 사용하는 선과 악의 혼합체이다.

 

동전의 양면처럼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따라 붙는 폭력을 저지 드레드라는 존재를 통해 역설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저지 드레드 역할은 칼 어번이 맡았는데, 그는 턱만 보이는 헬맷을 끝까지 벗지 않았다.

 

오히려 그 점이 거친 드레드의 느낌을 제대로 살렸다.

특히 이 같은 선택은 1995년 개봉한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동명 영화와 차별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근육질의 스탤론은 저지 드레드 배역과 아주 잘 어울렸다.

반면 스탤론에 비해 지명도가 떨어지는 칼 어번이 헬맷을 벗었다면 감점 요인이 됐을 수 있다.

 

더불어 화려한 액션도 빼놓을 수 없다.

트래비스 감독은 초고속 촬영이 가능한 팬텀 카메라를 이용해 주요 액션 장면을 극도의 슬로 모션으로 구현했다.

 

그만큼 액션 장면이 마치 하나의 댄스처럼 비현실적이면서 화려하게 묘사됐다.

특히 막판 악당 두목 마마와 벌이는 결투는 반짝이는 유리 파편과 어울려 아주 아름답게 보인다.

 

비교적 원작 분위기를 제대로 살렸고 스타일리쉬한 액션이 돋보였지만 미국서 흥행에는 실패했다.

개인적으로는 1995년 스탤론의 저지 드레드도 좋았다.

 

스탤론의 저지 드레드가 번쩍거리는 복장으로 원작 만화보다 더 화려해 보이고 유명 배우를 기용해 주인공에 대한 몰입도가 컸다면 트래비스 감독의 저지 드레드는 암울한 디스토피아적 분위기와 스타일리쉬한 액션에서 더 돋보인 작품이다.

1080p 풀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풀HD를 지원하는 프로젝터로 보면 촬영한 카메라에 따라 편차가 드러나는 장면도 비교적 크게 거슬리는 부분없이 깨끗한 영상을 보여준다.

반면 PC로 보면 그래픽카드와 모니터에 따라 일부 장면에서 화질 편차가 나타날 수도 있다.

 

DTS HD MA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 활용도가 높아서 서라운드 효과가 강렬하게 나타난다.

부록으로 원작 만화 설명, 시각효과, 메가시티 설명, 장비와 만화 프리퀄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초당 3,000프레임 촬영이 가능한 초고속 카메라 팬텀플렉스로 찍은 일부 영상은 시간을 마치 CF를 보는 것처럼 아름답다.

칼 어번이 연기한 저지 드레드. 그는 '스타트렉' 시리즈에서 엔터프라이즈호에 탑승한 의무 장교 역할로 낯 익다. 던칸 존스는 주인공 역할을 제의받았으나 거절했고 마이클 빈도 주인공 역할로 오디션을 봤다.

액션 장면을 비현실적인 슬로 모션으로 재현. 이 작품은 카를로스 이스큐라와 존 와그너가 1977년 플릿웨이 잡지사에서 만든 2000AD라는 잡지에 연재했던 영국 만화가 원작이다.

여주인공을 맡은 올리비아 썰비. 1995년 스탤론의 '저지 드레드'에서는 다이안 레인이 여주인공을 연기했다.

'왕자의 게임' 시리즈로 유명한 레나 헤디가 악역을 맡았다. 그의 오른팔에 있는 문신은 실제 문신이다.

원작자들은 중세시대 사형집행인의 복면을 참고해 저지 드레드의 헬맷을 그렸다. 눈가의 휘어진 문양은 나치 친위대 문양을 연상케 한다. 실제로 저지 드레드를 통해서 경찰국가, 전체주의 국가의 모습을 재현하려고 한 원작자들은 미국과 로마제국, 나치독일, 프랑코 총독 시절 스페인이 사용한 독수리 문양을 어깨에 붙였다.

메가시티는 무정부주의 반체제국가를 상징한다. 이 작품은 원작 만화의 에피소드 중 하나인 '더 핏'을 바탕으로 다른 이야기를 섞어서 만들었다.

전체적인 촬영은 HD용 레드 원으로 찍었고, 일부 근접 장면은 촬영감독 안소니 도드 맨틀이 들고 찍을 수 있도록 개조한 소형 3D 카메라 SI-2K로 촬영. 건물 내부는 4분의 1로 축소한 3층짜리 세트를 사용.

미 동부 해안가 도시로 설정된 메가시티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과 요하네스버그의 전경을 헬기로 찍은 뒤 컴퓨터그래픽으로 메가빌딩을 붙여서 구현했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저지 드레드 스틸북 한정판 (PET슬립 BLACK EDITION) : 블루레이
저지 드레드 스틸북 한정판 (렌티큘러슬립)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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