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적벽대전: 거대한 전쟁의 시작 (블루레이)

울프팩 2014. 9. 16. 00:00

적벽대전은 소설 삼국지의 클라이맥스다.

조조의 백만대군이 장강 하구의 적벽에서 무너지면서 손권은 동오의 강자로 부상했고, 유비는 형주를 차지해 기틀을 잡으면서 세 나라가 제갈공명이 삼고초려 당시 설파한 솥발의 지세, 즉 정족지세를 이루면서 본격적으로 삼국지가 펼쳐지게 된다.

 

'적벽대전: 거대한 전쟁의 시작'(赤壁: Red Cliff, 2008년)은 이를 스크린에 담았다.

메가폰을 잡은 오우삼 감독은 소설 속에서 워낙 거대한 전투로 묘사한 만큼 이를 1,2부에 나눠 담았다.

 

1부에 해당하는 이 작품은 전투가 무르익어 가는 과정과 그 준비단계를 담았다.

그만큼 삼국지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작품이 싸워보지도 않고 싱겁게 끝난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적벽으로 이르기 전 단계인 조운과 장비가 활약하는 장판파 싸움과 팔괘진을 펼치는 장면 등은 압도적인 스케일로 볼거리를 선사한다.

거대한 규모의 중국답게 전투 장면에 1,500명의 중국군을 동원해 맞붙는 육전이 오히려 컴퓨터그래픽에 의존한 수전보다 더 볼 만 하다.

 

그만큼 이 작품은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 삼국지 문화를 공유하는 국가들이 제작에 참여해 800억원이라는 자금을 들여 대규모로 제작했다.

덕분에 양조위 금성무 장첸 나카무라 시도 등 중화권과 일본 스타들이 출연했고, 홍콩 느와르의 대부 오우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다만 원안대로 주윤발이 주유 역할을 맡았더라면 좀 더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점은 소설 삼국지와 영화 내용이 다르다는 점이다.

 

장비의 일성 덕분에 이기는 장판파 싸움이나 공명이 소교를 이용해 동오를 참전하도록 자극하는 내용 등이 모두 다르게 바뀌었다.

더불어 무기와 갑옷 등 고증에도 신경 썼지만 결정적으로 역사적 사실과 어긋나는 흠결이 눈에 띈다.

 

후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삼국시대에는 말을 탈 때 등자를 사용하지 않았다.

등자는 3세기 이전에는 전세계 어디에서도 개발되지 않았고, 금속 등자가 퍼진 것은 4~6세기 경이다.

 

따라서 삼국시대에 마상전투를 벌인 장군들은 다리 힘만으로 말에 의지해 무기를 다룬 것인 만큼 대단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또 여러 장면에서 의자에 앉아 있는 장수들이 나오는데, 삼국시대에 중국에서는 의자를 사용하지 않았다.

 

중국에서 의자는 후한이 망하고 수백 년 뒤인 10세기에 처음 등장했다.

삼국시대에는 의자 대신 짚을 엮어 만든 삿자리를 사용했다.

 

보통 삿자리 한 장에 4명이 앉았고, 지위가 높으면 혼자 독차지 했다.

그래서 워낙 삿자리가 많이 쓰인 만큼 유비가 무리를 이끌기 전 삿자리와 짚신을 만들어 먹고 살 수 있었다.

 

아무튼 이런 오류에도 불구하고 스펙터클하게 재현된 전투 장면 만으로도 볼 만 하다.

여전히 쌍권총과 비둘기에 집착한 오우삼 답게 여기서도 쌍검이 번뜩이고, 흰 비둘기가 창공을 가른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미세한 입자가 보이고 윤곽선의 예리한 맛이 살짝 떨어져 아쉽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괜찮은 화질이다.

DTS-HD 7.1 채널의 음향은 사위를 휘감는 바람소리가 생생하게 재현되는 등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부록으로 감독과 배우의 인터뷰, 한국방문 영상 모습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짧게 수록됐다.

DVD 타이틀보다 비싼데도 불구하고 DVD에 수록된 2시간이 넘는 제작과정이 누락된 점은 불만이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C에서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무간도2'에 등장하는 후준이 창의 명수인 조운 역할을 맡았다. 

형주 당양현의 장판파에서 벌어진 장판타 전투의 압권은 혼자서 적진을 종횡무진 누빈 조운의 활약과 조조의 수십만 대군을 돌려세운 장비의 대갈일성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선 장비의 영웅담이 정사나 소설에 없는 방패의 햇빛 반사를 이용한 과학적 싸움으로 바뀌었다. 

고증이 잘못된 부분. 장수들이 등자에 발을 걸고 말을 타는데, 삼국시대에는 등자가 없었다. 지금의 몽골 사람들처럼 다리 힘으로 말을 낀 채 무기를 휘둘렀다. 

오우삼 감독이 18년간 준비했다는 이 작품에는 6,000명의 엑스트라가 참여했으며, 그 중 1,500명의 중국군이 병사로도 참여했고, 길을 닦는 작업에도 동원됐다. 

관우의 청룡언월도는 소설 속에 82근으로 묘사돼 무게를 가늠하기 힘든데, 후한시대 1근은 지금의 절반 이하인 220g 이었다. 따라서 82근을 환산하면 18.04kg이다. 그래도 약 3kg대인 M16이나 K2와 비교하면 엄청난 무게다. 

제작진은 적벽을 재현하기 위해 서안에 40피트 높이의 언덕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수개월 동안 저수지를 메우는 작업을 진행했다. 알란이 부른 주제가도 좋다. 

CG로 재현한 군선도 있지만 일부는 36m 높이의 실제 배를 직접 만들어 찍었다. 

원전에는 거의 나오지 않는 소교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소교 역할은 대만 출신 모델 린즈링이 맡았는데, 중국에선 부적절한 캐스팅이라며 반대 목소리가 많았으나 오우삼 감독이 직감으로 밀어붙였다. 

제갈공명이 팔괘진을 펼친 모습. 상황에 따라 수시로 진형이 변하며 적을 가두는 팔괘진은 제갈공명이 펼친 기문둔갑의 정수로 꼽힌다. 

주유를 맡은 양조위와 제갈공명 역할의 금성무. 당초 주유를 맡기로 한 주윤발이 출연하지 못하면서 영화는 제작 중단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영웅본색' '첩혈쌍웅' 등에서 주인공들이 휘두르던 쌍권총이 이 작품에서는 쌍검으로 바뀌었다. 

삼국지는 14세기 원나라 때 나관중이 지은 중국의 첫 장편 역사소설이다. 당시에는 필사본으로 돌았고, 16세기 명나라때 다양한 내용의 인쇄본이 수십종 돌았다. 가장 유명한 것은 17세기 청나라때 모륜-모종강 부자가 유교적 가치관에 입각해 내용을 뜯어고친 개작본이다. 한국 몽골 일본 베트남에 널리퍼진 삼국지는 유비를 중시하고 조조와 손권을 깎아내린 모종강 판본이다. 

쌍권총과 더불어 오우삼 영화의 특징인 흰 비둘기가 어김없이 등장. 손권의 여동생 손상향은 조미가 연기. 

조조는 '패왕별희'에 출연한 장풍의가 맡았다. 삼국시대에는 의자가 없어서 보통 삿자리를 이용했다. 중국에서 의자는 삼국시대로부터 수백 년 흐른 10세기에 처음 등장했다.

적벽대전 : 거대한 전쟁의 시작 (2Disc)
오우삼 감독/금성무 주연/양조위 주연/장첸 주연
적벽대전1 : 거대한 전쟁의 시작 : 블루레이
오우삼 감독/금성무 출연/양조위 출연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예스24 | 애드온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