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추천 DVD / 블루레이

정글피버

울프팩 2005. 2. 22. 00:16

스파이크 리(Spike Lee) 감독의 '정글 피버'(Jungle Fever, 1991년)는 미국의 인종차별을 남녀 관계를 빌어 얘기한다.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회사에서도 인정받는 유능한 흑인 남성(웨슬리 스나입스 Wesley Snipes)에게 어느 날 백인 여성(아나벨라 시오라 Annabella Sciorra)이 비서로 배치된다.

그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 사이에 연정이 싹트며 문제가 발생한다.
흑인 남자는 가정과 직장까지 버리며 여자와 사랑을 택하고 백인 여자는 식구들에게 매를 맞고 쫓겨나면서까지 흑인 남자를 따른다.

그렇지만 현실은 사랑만으로 살 수 없는 법, 둘은 가진 것을 모두 잃고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간다.
스파이크 리는 참으로 냉소적이다.

아직까지 미국 사회에 남아있는 뿌리 깊은 흑백 갈등을 잔인할 정도로 정직하게 묘사한다.
영화인 만큼 결말을 둘의 해피엔딩으로 끝맺어도 될 텐데, 그러지 않는다.

리 감독에게는 '앨리 맥빌'에 자주 등장하는 흑백 커플이 그저 드라마 얘기일 뿐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냉정하게 해피 엔딩을 외면한다.
그에게는 아직도 흑백커플이 미국 사회의 터부다.

1.85 대 1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 영상은 화질이 좋지 않다.
윤곽선이 명료하지 못하며 색감도 탁하다.

문제작 반열에 드는 작품인데 음성해설도 넣고 화질과 음향도 보강을 해서 내주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흑인의 힙합 음악 같은 스파이크 리 감독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독특한 타이틀 화면.
부유한 흑인 남성을 연기한 웨슬리 스나입스. 영화 속에서 백인 여성을 선택한 그에게 아버지는 "색마"라고 욕하며 겸상조차 거부한다.
이태리 서민의 자식인 백인여성을 연기한 아나벨라 시오라. 그는 흑인남자를 만난다는 이유로 아버지와 오빠들에게 매를 맞고 쫓겨난다.
웨슬리 스나입스의 친구로 직접 출연한 스파이크 리 감독. 이들 외에 앤소니 퀸, 아버지의 총에 맞아 죽는 형을 연기한 새뮤얼 잭슨 등 연기파 배우들이 나온다.
미국 사회는 여전히 흑백커플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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