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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회 슈퍼볼 챔피언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블루레이)

울프팩 2015. 9. 28. 11:26

가장 미국적인 스포츠로 꼽히는 프로 미식축구(NFL)의 백미는 단판 승부로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결승전 슈퍼볼이다.

역대 슈퍼볼 중에서도 올해 2월 3일 애리조나 글렌데일의 유니버시티 오브 피닉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시애틀 시호크스가 맞붙은 제49회 경기는 참으로 극적이었다.

 

2004년, 2005년 연거푸 슈퍼볼 우승을 차지했던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는 10년 만에 우승에 도전했다.

2014년 덴버 브롱크스를 43 대 8이라는 엄청난 점수차로 격파했던 시애틀 시호크스는 2연패를 노렸다.

 

양 팀 공격의 핵인 쿼터백은 막강한 스타들이었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쿼터백은 4회 우승을 노리는 백전노장 톰 브래디, 시애틀 시호크스의 쿼터백은 이제 3년 차이지만 두 번째 우승을 노리는 무서운 신예 러셀 윌슨이다.

 

둘의 스타일은 경력만큼이나 확연하게 달랐다.

톰 브래디가 송곳같은 빠른 패스로 중거리와 장거리를 공략한다면, 러셀 윌슨은 빈 틈이 보이면 빠른 발을 이용해 본인이 직접 공을 들고 적진을 향해 뛰어드는 스크램블러다.

 

아니나 다를까, 둘의 대결은 불꽃을 튀겨 4쿼터 종료 직전 28 대 24로 막상막하의 접전을 이뤘다.

경기 종료 20초를 남겨 둔 상황에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는 불과 4점 차로 불안하게 앞선 상황이었고, 공격권은 시애틀 시호크스가 갖고 있었다.

 

공은 불과 엔드존 코 앞 1야드(약 91cm) 선상에 놓였다.

들고뛰는 러싱을 하든, 패스를 하든 1야드만 전진하면 경기는 시애틀 시호크스의 우승으로 뒤집히는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카메라가 사이드라인을 비추자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쿼터백 톰 브래디가 초조하게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공이 스냅되고 러셀 윌슨의 손에서 총알처럼 공이 날아갔다.

 

그런데,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시애틀 시호크스의 리카르도 로켓이 공을 받으려는 찰나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수비스 말콤 버틀러가 솟구치며 부딪쳐 로켓을 밀어내고 허공에서 공을 가로챘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단 하나의 패스 미스와 가로채기가 제49회 슈퍼볼의 승패를 갈랐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는 네 번째 슈퍼볼 우승을 차지했고 쿼터백 톰 브래디는 세 번째 슈퍼볼 MVP가 됐다.

이는 대기록이었다.

 

슈퍼볼 우승을 4회 이끌며 세 번이나 MVP에 오른 인물은 NFL 사상 가장 위대한 쿼터백으로 꼽히는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즈 출신의 조 몬타나 이후 처음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톰 브래디가 조 몬타나만큼 대단한 선수라고 단정짓기 힘들다.

 

톰 브래디는 지난해 리그에서 NFL 사상 오점으로 남을 만한 디플레이트게이트(deflategate)로 곤욕을 치렀다.

디플레이트 게이트란 준결승전이라고 할 수 있는 AFC 챔피언십에서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와 맞붙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공격 때 바람 빠진 공을 사용해 이겼다는 추문이다.

 

바람을 약간 빼놓은 공은 팽팽한 공보다 던지고 잡기 쉬워 유리하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구단 직원들이 심판의 공기압 측정이 끝난 공을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공격 전에 바람을 빼서 쿼터백 톰 브래디에게 건넸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톰 브래디가 던진 공을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의 수비스 드큐엘 잭슨이 가로챈 뒤 심판들에게 이의를 제기하면서 확인됐다.

NFL은 톰 브래디와 빌 벨리칙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감독을 의심했다.

 

물론 톰 브래디와 빌 벨리칙 감독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으나 NFL 위원회는 조사 결과 혐의를 인정해 톰 브래디에게 2015년 리그 4게임 출장 정지를 내렸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팀에게도 벌금 100만 달러, 2016년 신인선수 1라운드 지명권과 2017년 신인선수 4라운드 지명권을 박탈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톰 브래디는 즉각 항소했꼬 미 연방법원은 약 한달 전인 9월 4일 NFL이 톰 브래디에게 내린 징계 무효를 결정했다.

톰 브래디가 무죄여서가 아니라 NFL이 조사과정에서 톰 브래디에게 충분한 소명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절차상의 문제 때문이었다.

 

톰 브래디는 이번 시즌에 다시 출전할 수 있게 됐지만, 어찌 됐든 지난 시즌은 오점을 남긴 우승이 됐다.

한편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에게 우승을 바친 시애틀 시호크스의 마지막 패싱은 두고두고 논란이 많았다.

 

왜 하필 러셀 윌슨이 패싱을 했는가에 대한 논란이다.

1야드라면 러싱 공격을 하던가, 본인이 직접 들고 뛰었어도 득점이 가능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가 끝난 마당에 이런 논란은 의미가 없다.

그 순간 쿼터백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고, 어느 경기에나 있을 수 있는 예기치 못한 돌발 변수가 발생했을 뿐이다.

 

미국에서 블루레이로 출시된 '제 49회 슈퍼볼 챔피언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Super Bowl XLIX Champions Newengland Patriots)는 지난해 뉴잉글랜드가 우승까지 이르게 된 과정을 약 2시간 분량의 영상에 담았다.

이 타이틀의 매력은 뉴잉글랜드의 주요 경기를 하이라이트로 편집해 보여주는 점이다.

 

이를 통해 주요 경기와 주요 선수들의 활약상을 일목 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1080i 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으로 수록된 영상이 압권이다.

 

이번 슈퍼볼은 플레처그룹의 i-movix X10 UHD 4K 카메라로 촬영돼 화질이 워낙 뛰어나다.

플레처 그룹은 5대의 X10 UHD 4K 카메라를 에버츠의 드림캐처 서버와 연동해 경기장 구석구석을 훑으며 빼어난 그림들을 만들어 냈다.

 

이 영상들이 4K는 아니지만 기존 슈퍼볼 경기 영상보다 뛰어난 화질로 고스란히 블루레이에 수록됐다.

특히 스파이더 카메라를 탄생시킨 슈퍼볼 경기답게 다양한 앵글로 펼쳐지는 역동적인 영상은 감탄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도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사방을 꽉 채우는 관중들의 함성 속에 소리가 후방에서 전방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부록으로 슈퍼볼 미디어데이 영상, 주요 선수들 인터뷰 등 다양한 내용이 영문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쿼터백 톰 브래디는 어려서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즈 팬이었다. 포티나이너즈의 명 쿼터백 조 몬타나와 스티브 영이 그의 우상이었다.
톰 브래디와 콤비를 이뤄 맹 활약한 뉴잉글랜드의 타이트 엔드 롭 그론코위스키.
뉴잉글랜드 선수들이 미국 국기를 앞세운 채 홈구장인 질레트 스타디움에 입장하고 있다.
미 플레처 스포츠는 에버츠의 드림캐쳐 서버와 연동한 5대의 i-movix X10 UHD 4K 초고속 시스템을 경기장 곳곳에 설치했다.
날아오는 볼을 공중에서 에어캐치하는 뉴잉글랜드의 와이드 리시버 줄리언 에델만.
홈팀 뉴잉글랜드가 터치다운으로 득점하자 영화 '패트리어트 늪 속의 여우'처럼 옛 독립군 복장을 한 사람들이 일제히 총을 쏘며 축하하고 있다.
색을 당해 주저 앉는 시애틀 시호크스의 쿼터백 러셀 윌슨.
승부를 결정지은 뉴잉글랜드의 가로채기. 수비수 말콤 버틀러가 리카르도 로켓에게 시도된 패스를 가로채고 있다.
그렇게 경기는 뉴잉글랜드의 승리로 끝났다. 이 타이틀의 아쉬운 점은 슈퍼볼의 또 다른 볼거리인 하프타임 쇼가 빠진 것이다. 아마 저작권 문제 때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