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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천 DVD / 블루레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울프팩 2006. 5. 4. 23:15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상우(유지태)는 변심한 애인에게 묻는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세월이 흐르면 사람이 달라지는 만큼 사랑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상우는 몰랐다.
더 할 수 없이 순진한 사랑은 그렇게 현실이란 칼날에 상처를 입고 성숙해갔다.

이누도 잇신 감독이 만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년)의 주인공들은 그런 점에서 참으로 영악한 사랑을 한다.
상우보다 어린 그들은 변해가는 현실에 달라지는 사랑을 묵묵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점에서 오히려 상우보다 어른스런 사랑을 한다.

이 작품은 철부지 대학생이 몸이 불편한 장애 여성을 만나 사랑하고 헤어지는 과정을 담담히 그렸다.
이누도 잇신 감독은 원작인 타나베 세이코의 아주 짧은 단편소설에 강하지 않은 갖가지 양념들을 곁들여 기다란 이야기로 요리했다.

그 과정이 보는 이에 따라 심심하고 단조로울 수도 있다.
더러 감정의 공백이 보이고 뜻하지 않게 비약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감독은 그렇게 비어있는 부분을 보는 이의 몫으로 남겨 뒀다.
살아온 세월 만큼, 겪었던 경험 만큼, 사고의 폭 만큼, 감정의 여울만큼 공백은 달리 보인다.
그만큼 이 영화는 심심할 수도, 감동적일 수도, 잔잔할 수도, 극적일 수도 있는 작품이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화질은 일본 영화치고는 무난한 편이다.
일본영화 DVD라면 으례히 나타나는 안개처럼 뿌연 느낌도 없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2.0채널을 지원한다.
어차피 서라운드 효과가 필요없는 작품인 만큼 2.0채널 만으로도 충분하다.

부록으로 제작진과 배우 음성해설 외에 특이하게도 김C, 용이감독 등이 참여하는 우리말 음성해설이 하나 더 들어있다.
제작진 음성해설보다 오히려 우리말 음성해설이 들어볼 만한 이야기가 더 많다.
3장의 디스크는 영화 외에 부록디스크와 OST CD로 구성돼 있다.

<파워 DVD 캡처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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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로에 등장하는 일러스트는 D라는 일본 삽화가의 작품이다.
남자주인공 츠네오를 연기한 츠마부키 사토시는 '워터 보이즈'에 출연해 국내에도 얼굴이 꽤 알려진 배우. 몸이 불편한 여주인공 조제는 이케와키 치즈루가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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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네오를 흔든 또다른 사랑인 여대생 카나에를 연기한 우에노 주리는 꽤나 성숙해 보이지만 당시 17세인 여고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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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조제는 여주인공이 좋아하는 프랑소와 사강의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이며, 호랑이는 여주인공 조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보기로 결심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이고, 물고기는 조제가 환상 속에서 맞닥뜨리는 자신을 상징하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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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그렇게 감흥있는 작품은 아니었다. 차라리 '봄날은 간다'가 더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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