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울프팩 2008. 7. 22. 18:49
한국판 만주 웨스턴을 표방한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에 대한 오마주다.
영화를 보면 김 감독이 세르지오 레오네를 얼마나 좋아하는 지 쉽게 알 수 있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위대한 걸작 '석양의 무법자' 원 제목인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에서 마지막만 살짝 'The Weird'로 바꾼 제목부터 시작해서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이 숨겨 놓은 금화가 청나라의 보물로 바뀌는 등 여러 곳에 '석양의 무법자'를 따라간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 세 명의 주인공이 막판 대결을 벌이는 엔딩은 영락없는 '석양의 무법자'의 샌드힐 묘지 결투다.
이 장면에서 세 주인공의 풀 샷과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특기인 눈만 커다랗게 잡는 익스트림 클로즈업을 왔다갔다하며 숨막히는 긴장감을 묘사한 것까지 '석양의 무법자'를 닮았다.

여기에 송강호가 옷 속에 철판을 집어넣어 살아남는 대목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황야의 무법자'에 쓰인 유명한 장면이다.
또 일본군이 가세해 대포를 쏘아대는 추격전은 샌드힐 묘지에 다다르기 전 남군과 북군의 스펙터클한 진지전을 연상케 한다.

아닌게 아니라, 배우들 생김새도 닮았다.
정우성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날카로운 눈매의 이병헌은 리 반 클리프, 송강호는 퉁퉁한 얼굴의 일라이 왈라치를 의식한 캐스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석양의 무법자' 베끼기가 아닌 것은 속도감있는 액션 때문이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석양의 무법자'가 여유와 치밀함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한 발 한 발 다가서는 반면 김지운 감독은 폭발적인 에너지와 화려한 액션으로 폭풍처럼 몰아친다.
덕분에 2시간이 넘는 상영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 지 모를 만큼 숨가쁘게 지나간다.

다만 아쉬운 것은 안그래도 정신없이 몰아치는 액션을 너무 근접 촬영해 정신이 없다.
이미지 쉐이커를 쓴 것처럼 초반에 쉼 없이 흔들리는 영상을 보면 '태극기 휘날리며'의 조잡한 진지전 악몽이 생각난다.

캐스팅의 경우 사실상 주인공인 송강호의 연기가 빛났고, 이병헌의 눈빛이 섬뜩한 악역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정우성은 장총을 돌리며 말을 타는 근사한 연기가 너무 잘 어울렸으나 대사와 눈빛에서 2% 부족했다.

일부에서는 빈약한 이야기 구조도 문제 삼지만 본격적인 오락물을 표방한 만큼 볼거리에 충실했다는 점에서 큰 흠은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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