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여행

중국 계림 유람기

울프팩 2005. 10. 22. 11:16

중국을 가면 꼭 봐야 할 곳으로 꼽는 명소가 구이린, 즉 계림(桂林)이다.
그만큼 경치가 중국에서 최고로 꼽히는 곳이다.

베이징에서 비행기를 타고 약 3시간을 날아가야 갈 수 있는 곳.
그래서 특별히 일정을 따로 잡지 못하면 베이징 방문길에 계림을 구경하기란 쉽지 않다.

중국 남쪽에 위치한 계림은 당연히 날씨가 덥다.
10월 19일에 들렸는데 기온이 28도였다.

한창 더운 7,8월이면 43도까지 올라간다.
도착한 날은 천천히 시내 구경을 했다.

요즘 한창 관광지로 개발 중이지만 촌이어서 시내에 별로 볼 게 없다.
계림시 입구에 자리 잡은 웅호산장(熊虎山莊)이라는 동물원과 저녁에 발레와 서커스를 섞은 희한한 구경이 볼 만하다.

호랑이 1,500마리, 곰 500마리, 원숭이 수백 마리를 기르는 웅호산장은 사람이 동물원 위에 설치된 나무다리 같은 곳을 이동하면서 아래쪽 사파리에 풀어놓고 기르는 곰과 호랑이를 구경하는 곳이다.
압권은 호랑이가 살아있는 소를 사냥하는 장면을 생생한 라이브로 보여주는 쇼다.

거대한 호랑이 사파리 한복판 바닥에서 사슬에 묶인 소가 올라온다.
사슬이 풀리는 순간 소는 사력을 다해 달아나고 그 뒤를 호랑이 떼가 쫓는다.

호랑이는 달아나는 소에 달려들어 살아있는 채로 물어뜯는다.
호랑이의 이빨이 버둥거리는 소의 뼈를 깨물어 부수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린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보게 되지만 처참한 순간이 닥치면 바짝 얼어붙는 공포를 경험하게 된다.
참으로 끔찍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도 입장하는 곳에서 살벌한 풍경을 돈벌이로 이용하다니, 경악할 노릇이다.
이곳에서는 따로 호랑이 뼈로 담근 술을 팔기도 한다던데, 호랑이는 멸종위기종이어서 보호해야 할 동물을 버젓이 술로 만들어 판다니 이 또한 놀랄 일이다.

살풍경한 볼거리 외 진짜 볼거리는 리강, 즉 이강(離江) 유람이다.
이별의 강이라는 물 위에서 배를 타고 약 5시간을 내려가며 산천을 구경하다 보면 마치 신선이 된 기분이다.

그렇게 하루를 이강에서 보내고 저녁때 계림을 뒤로한 채 광저우로 날아갔다.

계림시에 자리 잡은 상비산이라는 산 꼭대기에서 찍은 계림시 모습. 상비산은 옥황상제와 싸운 코끼리가 그대로 굳어진 산이란다. 얼핏 보면 모양이 코끼리 같다. 희한한 것은 산 뒤켠이 통째로 술 창고라는 점. 산 입구부터 술냄새가 진동한다. 유유히 흐르는 강이 이별의 강, 이강이다.
코끼리 코에 해당하는 상비산의 모습. 계림 안내책자에 많이 소개된 명소다. 비가 온 다음날이 아니면 안개 때문에 항상 이렇게 뿌옇다. 비는 5,6월에 집중적으로 오는데 무려 2개월 동안 해를 한 번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우기에는 옷장 속 옷이 늘 축축하다.
충격적이었던 웅호산장이라는 동물원의 호랑이와 소의 싸움. 약 1,500 마리의 호랑이와 500마리의 곰이 살고 있는 이곳의 유명한 볼거리다. 커다란 우리에 풀어놓은 소를 호랑이가 잡아먹는 장면을 생생한 라이브로 보여준다. 예전에는 커다란 물소를 풀어놓았는데 호랑이가 쫓기는 웃지 못할 경우도 발생해 요즘은 몸집이 작은 암소를 넣어놓는다고.
쫓기던 소가 미친 척 호랑이에게 달려드는 순간 호랑이가 번개같이 덮쳐 소의 목덜미를 물었다.
소의 숨통이 끊어질 때까지 물고 있던 호랑이는 소가 움직이지 않자 천천히 한쪽 구석으로 끌고 가서 소를 잡아먹는다. 호랑이는 항상 소의 꼬리부터 먹는다는데 실제로 호랑이는 소의 꼬리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꼬리뼈 씹히는 소리가 그대로 들린다. 그런데 이때 희한한 풍경이 벌어졌다. 기절했던 소가 벌떡 일어난 것. 그러거나 말거나 호랑이는 소를 계속 뜯어먹는다. 울지도 못하고 산 채로 서서 잡아먹히는 소의 모습은 충격이고 완전 엽기였다.
이강의 유람선. 이강은 총 400여 km가 넘는다. 이중 83km를 배타고 5시간 동안 떠가기 때문에 배에서 식사를 한다. 그래서 모든 배들은 뒤편에 음식을 만드는 조리실이 있다. 1층은 2등석, 2층은 1등석이다. 저곳에서 술도 마시고 음식도 먹으며 산천을 구경하다 보면 신선이 따로 없다.
유람선이 줄지어 떠나는 모습도 장관이다.
억척스러운 삶의 모습. 행상들이 나무로 만든 쪽배를 타고 뱃전에 달라붙어 각종 먹을거리는 판다.
이강 양편을 지키고 선 3만 6,000개 봉우리.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는 풍광은 참으로 수려하다. 중간에 들려서 한 시간가량 구경한 관음동굴도 예술이다. 무려 4km 길이의 관음동굴은 굴 안에 기차도 다니고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는 코스도 있어서 구경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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