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추천 DVD / 블루레이

지금 만나러 갑니다

울프팩 2006. 1. 26. 23:59

도이 노부히로(土井裕泰) 감독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2005년)는 하이틴 로맨스 소설 같은 영화다.
하이틴 로맨스처럼 고만고만한 사랑이야기로 눈물샘을 자극한다는 뜻.

아닌 게 아니라, 이치카와 타쿠지라는 작가의 인터넷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영화는 비의 계절에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망한 아내가 어느 날 남편과 아들 앞에 나타나는 거짓말 같은 내용이다.

남편과 아이처럼 어리둥절한 관객들을 위해 영화는 아내가 과거를 되짚어가는 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보고 나면 별 내용도 없는데, 일본에서 꽤나 인기를 끌었다고 하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마 작은 일에도 과장되게 반응하는 일본인의 정서와 부합하는 코드가 들어 있나 보다.
16 대 9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대부분의 일본 DVD들이 그렇듯 화질이 좋지 않다.

풀 HD 프로젝터에서는 약간 탁한 감이 들며 LCD 모니터에서는 화면이 지글거린다.
음향은 DTS까지 지원하지만 서라운드 효과를 느낄만한 부분이 많지 않다.

재미있는 것은 부록.
시사회를 본 관객 반응을 실었는데, 대부분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와 비교해 더 재미있다는 발언들을 강조했다.

너무 '세상...'을 의식한 게 아닌가 싶어서 웃음이 나온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도이 노부히로 감독은 이 작품이 데뷔작이다. 이전에는 TV 드라마 PD로 유명했다. 한일합작 드라마 '프렌즈'가 이 사람 작품이다.
영화는 죽은 아내가 아이를 위해 남기고 간 그림동화를 매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죽은 아내를 못 잊는 순애보의 주인공인 타쿠미 역은 나카무라 시도우가 연기.
죽은 아내 미오 역할은 다케우치 유코가 맡았다. 그는 원작 소설의 서평을 쓴 게 인연이 돼 영화에 출연했다. 얼굴이 낯이 익다 싶었더니 '환생'과 '링'에 출연한 배우다.
이 작품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두 사람은 어이없게도 실제 부부가 됐다.
일본 그룹 오렌지 레인지가 부른 주제가 '하나'도 인기를 끌었다.
이 장면을 보면 어렸을 때 살던 집이 생각난다. 바로 옆이 해바라기 밭이어서 애들하고 숨바꼭질 할 때면 곧잘 거기에 숨었는데, 벌이 무지하게 많아 고생한 기억이 난다. 영화처럼 낭만적인 장면을 해바라기 밭에서 연출하려면 벌을 조심해야 한다.

'비추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인트  (5) 2006.03.22
퍼니셔  (2) 2006.02.02
외출  (4) 2006.01.22
콜래트럴  (4) 2006.01.02
스텔스  (2) 2005.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