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추천 DVD / 블루레이

철수 영희

울프팩 2005. 9. 25. 14:11

황규덕 감독의 '철수 영희'(2004년)는 모든 것이 미흡한 작품이다.
촬영, 조명, 배우들의 연기 등 여러 가지가 뒷받침이 안되다 보니 어린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통해 로맨틱 판타지를 그리고 싶은 감독의 의도가 빛이 바랬다.

아이들의 에피소드 또한 흔히 듣고 보던 것들이어서 그다지 신선함을 주지 못한다.
눈에 띈 것은 내용보다 아역 배우들의 연기다.

모두 아마추어들이어서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확연히 들만큼 어색하고 서툴러 웃음을 자아낸다.
학생들의 습작품도 아니고 돈을 벌기 위한 상업영화라는 점을 감안하고 보면 함량미달이다.

DVD 타이틀도 작품처럼 사양이 떨어진다.
애너모픽 렌즈를 사용하지 못해서 그런지 화면이 오래된 영화처럼 4 대 3 레터박스 포맷이다.

화질은 계단현상과 색 번짐이 나타날 정도로 심각하게 떨어진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지만 작품 성격상 서라운드 효과를 거의 느낄 수 없다.

2장의 디스크로 구성돼 있으나 부족한 부록을 감안하면 굳이 2장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야기는 대전 초등학교 4학년 교실에 서울에서 영희라는 여학생이 전학 오며 시작된다. 실제로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초등학교에서 현지 학생들을 동원해 촬영했다.
주연배우들도 아마추어여서 연기가 영 어색하다. 주인공 영희와 음반점 청년도 모두 아마추어들. 특히 이 장면의 영희 대사는 완전 국어책 낭독 같다.
말썽꾸러기 철수가 영희를 좋아하며 얄궂은 로맨스가 시작된다. 철수를 맡은 박태영의 연기는 가능성이 엿보인다.
아이들 수준에 걸맞은 애니메이션을 넣었다고 판타지라고 우기면 곤란하다.
책상 위에 선을 그어놓고 넘어오면 때리거나 아이들이 휴대용 CDP를 신기하게 생각하는 등 요즘 시대에 안 맞는 에피소드들이 나온다. 황 감독에 따르면 시나리오 작가가 15년 전 초등학교 시절을 회상하며 썼기 때문이라고 한다.
누군가 소지품을 분실하고, 이를 찾기 위해 선생님이 아이들의 양심에 호소하다가 엉뚱한 학생을 범인으로 모는 에피소드는 과거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겪었을 만한 일이어서 쉽게 공감하지만 그만큼 진부하다.
황순원의 '소나기'와 알퐁스 도데의 '별' 같은 어린 친구들의 로맨스.
황 감독과의 인연 때문에 정진영이 노 개런티로 몇 장면에 걸쳐 '의무'출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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