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추격자 (블루레이)

울프팩 2011. 6. 17. 14:53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 사건은 지금 되짚어봐도 참으로 끔찍하다.
그는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무려 21명을 살해했다.

그것도 경찰이 발견한 사체만 그렇다.
유영철은 5명을 더 죽였다고 주장했는데 사체를 발견하지 못했다.

뚜렷한 이유도 없다.
처음에는 자신을 외톨이로 만든 사회에 복수하듯 부유층을 겨냥했으나 나중에는 출장안마사 등 여성들을 집중 살해했다.

나홍진 감독의 영화 '추격자'는 떠올리기조차 끔찍한 유영철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전직 경찰관이 잇따라 사라진 윤락 여성들을 찾아 헤매던 중 단서를 발견하고 연쇄 살인범을 추적하는 내용이다.

영화는 긴장감 넘치는 구성과 추격 장면으로 스릴러의 재미를 극도로 끌어 올렸다.
다소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이 있긴 하지만 감독의 연출력이 뛰어났고 김윤석, 하정우 등 배우들의 연기도 좋아서 극의 완성도가 높다.

여기에 감독은 공을 탐내서 제대로 사건을 밝혀내지 못하는 공권력을 조롱하는 사회적 메시지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결국 시장의 신변보호를 위해 경찰력이 총출동하는 사이 범죄가 벌어지는 장면처럼 약자들이 방치되는 권력의 그늘이 곧 범죄의 온상이 된다는 점을 잘 꼬집었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우수하다.
샤프니스가 날카롭고 채도를 떨군 색감이 잘 살아있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괜찮고 저음이 박력있다.
부록으로 감독과 배우들의 음성해설, 제작진 음성해설, 프리프로덕션과 제작과정, 삭제장면, 프로모션 영상 등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

작품의 모티브가 된 유영철은 고교 2학년때 절도사건으로 소년원에 수감된 이래 총 14차례에 걸쳐 특수절도 및 성폭력 혐의로 11년을 감옥에 있었다. 1993년부터 95년까지 간질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은 기록도 있다.
연쇄살인범을 연기한 하정우. 유영철은 22세때인 91년에 안마사인 황 모씨와 결혼해 11세된 아들까지 두었으나 2000년 3월 특수 절도로 감옥에 갇힌 뒤 2002년 5월 부인이 이혼소송을 제기해 강제 이혼당했다. 2003년 11월에는 전과자, 이혼남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동거하던 출장마사지사와 헤어졌는데 이후 말을 하지 않고 대인기피증에 여성혐오증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부터 범행 대상이 부유층에서 여성 마사지사로 바뀐다.
유영철은 범행 수법이 치밀했다. 도구는 자신이 직접 만든 망치나 칼을 이용했고 증거를 없애기 위해 불을 지르거나 사체의 지문을 도려내고 토막내 야산에 묻었다. 또 자신의 체모가 떨어졌을까봐 범행 현장을 수건으로 닦고 나오기도 했다.
유영철이 엽기적인 것은 인육을 먹었다는 점이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처음에 뇌를 먹었으나 질겨서 생간을 먹었다"며 "자신과 같은 혈액형인 O형 여성의 간을 찾기 위해 죽이기 전에 혈액형을 물어봤다"고 진술했다. 그는 간질 증세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간을 먹었으며 일부는 냉장고에 보관해 놓기도 했다.
유영철이 사건 당시 사용한 다른 여성의 휴대폰 끝번호는 '5843'이었다. 그러나 검찰 조사에 따르면 실제 그의 명의로 개통된 휴대폰 번호 끝자리는 욕을 의미하는 1818이었다. 심지어 생일도 70년 4월18일이었고, 이메일 ID도 1818이었으며 여성들의 사체도 17,18토막을 냈다. 영화에 나오는 '4885'는 감독의 과거 집전화번호다.
유영철은 해부학 책을 읽고 범행 후 시신을 자를 때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1492, 콜럼버스'에 나오는 반젤리스가 작곡한 주제곡 'Conquest of Paradise'를 틀어놓았다고 한다.
이 작품 개봉 후 김윤석이 연기한 전직 경찰관 출신의 포주 역할이 실제 자신이 모델이라고 주장한 정연재씨가 나타나 언론과 인터뷰해 화제가 됐다. 그는 유영철 체포를 도운 공로로 경찰 감사패를 받았는데 사건 당시 실제 포주였다.
정 씨는 영화제작사가 유영철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했다는 말을 듣고 분개해 언론 인터뷰를 자청했으나, 영화사는 저작권료 지불사실을 부인했다. 정 씨는 극중 등장하는 재규어 XJ6와 동일한 승용차를 사건 당시 몰았으며, 그가 고용했던 아가씨 3명이 유영철에게 납치돼 죽었다. 그 중 하나는 정 씨의 애인이었단다.
정 씨는 유영철에게 공범이 있다고 믿는다. 정 씨가 유영철이 사건 때 사용한 휴대폰이 울려서 받았더니 "영철아"라고 부르는 남자 목소리가 들려 엉겁결에 "그래"라고 대답하자 "야, 우리 또 한 건 해야지"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정 씨가 미처 대답을 못하자 상대는 "너 누구야"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골목길 장면은 북아현동 등 대여섯 군데에서 촬영한 뒤 편집에서 연결시켰다.
오좆으로 출연한 구본웅은 국가대표 유도선수 출신으로 밴드연주와 작곡을 하는 음악인이기도 하다.
달리는 차량 바깥으로 보이는 풍경은 모두 CG다. 워낙 감쪽같이 잘해서 티가 나지 않는다.
범인의 집으로 나오는 양옥은 평창동 서울 예고 뒷편에 있는 실제 집이다. 촬영 직후 허물고 재건축했다.
나 감독은 2004년 이라크에서 한국인이 피랍 살해된 사건과 몇 달 뒤 국내에서 발생한 연쇄살인사건을 보고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사채 발굴을 위해 경찰이 뒤지는 석재소 장면은 바닥에 흙이 없어서 흙을 갖다 붙고 찰영.
막판 결투장면은 원래 잘린 여자의 머리로 때리는 설정이었으나 망치로 수정했다.
유영철이 죽인 여성들의 사체는 영화처럼 집 마당이 아닌 서울 서대문구 봉원사 부근 야산에서 발견됐다. 2004년 7월18일 현장 검증에 나선 그는 매장 장소를 정확히 지목했다.
체포됐다가 달아나고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는 등 경찰을 농락했던 유영철은 살인, 강도 등의 혐의로 2005년 6월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형 집행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 라이프지는 2008년에 20세기를 대표하는 세계의 연쇄살인자 30명 가운데 하나로 그를 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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