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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블루레이)

울프팩 2014. 9. 12. 17:53

미국은 제 2차 세계대전 직후 '페이퍼클립'이라는 작전을 실시한다.

중앙정보국(CIA)의 전신인 전략첩보국(OSS)이 추진한 이 작전은 나치 독일의 과학자, 기술자, 의사 등을 미국으로 데려오는 작전이다.

 

여기에는 순수한 학자들도 있었지만 나치 독일에 적극 협력한 부역자들도 있었고 심지어 자발적 나치 당원과 친위대원, 악질적인 고문기술자들도 있었다.

볼리비아에서 체 게바라 추적에 일조한 클라우스 바르비 같은 인물이 대표적이다.

 

거의 전범급 인물들이다보니 버젓이 미국으로 데려오는게 쉽지 않아서, 몰래 빼내오기 위한 신분 세탁이 필요했다.

그래서 새로 만든 경력을 끼워 넣는다는 의미의 페이퍼클립이라는 작전명이 붙었고, 몰래 데려와야 해서 오버캐스트 작전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때 미국이 데려온 폰 브라운과 과학자들은 원자폭탄 개발 및 우주 탐사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조 루소와 안소니 루소 형제가 만든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는 역사적 사실인 페이퍼클립 작전에 뿌리를 두고 있다.

 

미국이 빼돌린 나치 독일의 과학 기술자들이 작당을 해서 미국의 정보기관을 장악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는 내용이다.

전편에서도 악당으로 등장하는 히드라 잔당들이 나온다는 점에서 연관성이 있지만, 내용이 직접 이어지지는 않는 별개의 작품이다.

 

단선적인 줄거리를 메꾸는 것은 크리스 에반스가 맡은 캡틴 아메리카의 활약이다.

변함없이 표창처럼 방패를 휘두르며 싸우는 그에게 만만치 않은 상대로 등장한 인물이 바로 나치 잔당들이 개조한 윈터 솔져다.

 

단순히 캡틴 아메리카 혼자서 슈퍼맨처럼 싸우면 재미가 없으니 그에 버금가는 능력을 지닌 악당을 끼워넣어 긴장감을 높였다.

여기에 스칼렛 요한슨이 맡은 블랙 위도우가 등장해 적당한 로맨스와 액션을 양념처럼 추가했다.

 

어찌보면 페이퍼클립 작전과 정보기관의 배신을 다룬 소재는 시의적절하다.

그렇지 않아도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미 정보기관이 빅브라더처럼 부각된 마당에 이들을 악의 근원으로 삼은 것은 영리한 선택이다.

 

만화같은 히드라의 등장과 또다른 음모론으로 점철된 이 작품은 배우들을 동원해 만든 한 편의 만화같은 작품이다.

빠른 스피드의 액션으로 정신없이 몰아치는 전형적인 슈퍼 히어로물이면서, 캡틴 아메리카의 개성을 잘 보여준 작품이다.

 

크게 남는 건 없지만, 킬링타임용으로 볼 만 하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채도가 낮아 보이긴 하지만 최신작답게 화질이 깔끔하다.

 

DTS-HD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우렁우렁 울리는 저음과 확실한 소리의 방향감으로 제대로 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감독의 음성해설, 보너스 영상, 삭제장면, 개그릴 등이 HD 영상으로 수록됐는데 음성해설을 제외하고 한글자막을 지원한다.

 

그동안 디즈니 타이틀의 미덕이었던 음성해설에 한글자막 지원이 이번 타이틀에서는 누락돼 안타깝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C에서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크리스 에반스가 변함없이 캡틴 아메리카를 맡았다. 

캡틴의 메모장은 각국마다 적힌 내용이 다르다. 국내판에서는 박지성 올드보이 등이 들어갔고, 러시아판에는 유리 가가린, 이태리판에는 로베르토 베니니 등이 들어갔다. 해당 내용들은 투표로 정했다고 한다. 

초반 선박에서 결투를 벌이는 악당은 UFC 웰터급 챔피언을 지낸 조르주 생 피에르다. 덕분에 액션이 이종격투기처럼 화려하다. 

초반 선박 전투 장면은 롱비치의 해양 발사 사령선에서 찍었다. 바다에서 위성 발사시 지휘하는 선박이다. 

로버트 레드포드는 손자가 마블 작품의 팬이어서 이 작품 출연을 결심했다. 

새뮤얼 잭슨의 아버지는 영화 속 대사처럼 실제로 엘리베이터 조작원이었다. 

OSS는 페이퍼클립 작전으로 나치 독일 인사들의 전범기록을 삭제해 총 760명 이상이 미국 시민권자로 둔갑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캡틴 아메리카는 조 사이먼과 잭 커비가 1941년 출판한 작품을 통해 처음 세상에 등장했다. 

영화 속에서 블랙 위도우는 1984년생으로 설정됐는데, 이를 연기한 스칼렛 요한슨도 같은 해에 태어났다. 

도로 위에서 펼쳐지는 추격전과 싸움은 클리블랜드 고속도로의 5km 구간을 통제하고 촬영했다. 

히치콕을 따라하듯 마블 작품들에 꼭 얼굴을 내미는 스탠 리가 이 작품에서도 스미소니언 박물관 경비원으로 깜짝 출연했다. 

안소니 마키가 날개를 등에 달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팔콘을 연기. 

우주전함을 연상케 하는 날으는 항모가 등장하면서 SF영화가 돼버렸다. 

닉 퓨리의 묘비명에 적힌 '정의로운 사람의 길'은 새뮤얼 잭슨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펄프픽션'에서 총 쏘기 전에 읊조리는 에스겔서 25장17절에서 따왔다. 

엔딩 타이틀이 흐를 때 꺼버리면 이런 추가 장면을 못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캡틴 아메리카가 새로운 적을 맞는 '윈터 솔져'와 히드라가 쉴드를 장악하는 내용의 '더 얼티밋' 등 원작만화 두 편의 스토리를 합쳤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 블루레이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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