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 빌 1 (블루레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영화 촬영장에서 커다란 음악 소리에 맞춰 흥에 겨워 몸을 건들거리며 춤을 춘다.
그 모습만 보면 일하는 것인지, 노는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영화 '킬 빌1'(Kill Bill vol.1, 2003년)을 보면 그가 빠져들었던 60, 70년대 액션 영화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확인할 수 있다.
죽음 일보 직전까지 몰렸던 여인이 복수를 하는 과정을 다룬 이 작품은 쿠엔틴 타란티노에게 영화의 꿈을 심어준 과거 액션 작품들에 대한 오마주로 가득차 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배우들의 의상은 물론이고 배경, 무대, 소품, 음악 하나 하나까지 과거 액션물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도록 꼼꼼히 챙겼다.
덕분에 이 작품은 B급 액션영화로는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 최고의 작품이 됐다.

원래 이 작품은 1, 2편이 하나로 묶여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제작사에서 상영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우려해 1, 2편으로 나눠 놓았다.
화려한 1편에 비해 2편은 재미나 내용이 약간 떨어진다.

미국에서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은 당연히 DVD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화질이 뛰어나다.
1080p 풀HD 영상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2.40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한다.
무엇보다 강렬한 원색이 잘 살아 있어 마치 총천연색 만화를 보는 것 같다.

돌비디지털 및 비압축방식의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액션물답게 사운드가 박력있고 무게있다.
리어 활용도도 높아 서라운드 효과 또한 훌륭하다.

미국판 블루레이지만 영화 본 편에 한글 자막이 들어있어 편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제작과정 등 부록에는 한글 자막이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복수에 불타는 여주인공은 우마 서먼이 맡았다.

제작 준비를 마쳤을 때 공교롭게 우마 서먼은 영화 속 주인공처럼 임신중이었다. 그래서 그가 출산할 때까지 제작진은 기다렸다가 촬영했다.

복수의 대상이 되는 4인방은 1, 2편에 그대로 등장. 오랜만에 다릴 한나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고, 루시 류 역시 스타일에 잘 맞는 배역을 맡았다.

타란티노 감독은 촬영에 앞서 우마 서먼에게 '첩혈쌍웅', 이소룡과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영화들, 일본 사무라이 영화들을 집중적으로 보여줬다.

루시 류가 연기한 일본계 여성 두목의 과거를 다룬 애니메이션은 '공각기동대'로 유명한 프로덕션 I.G의 작품이다.

60, 70년대 일본 검객물로 이름을 날린 소니 치바가 검의 달인 핫도리 한조 역으로 출연.

이 영화의 액션 장면은 눈알을 뽑고 팔 다리를 자르는 등 과격하고 잔혹하다. 그래서 국내 개봉시 처음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 12초 가량을 삭제한 뒤 18세 관람가로 다시 등급을 받아 상영했다.

이 영화에는 일본 여성 그룹 '5,6,7,8s'가 등장한다. 타란티노 감독은 도쿄의 옷가게에 들렸다가 우연히 흘러나오는 이들의 음악을 듣고 옷가게에서 7달러를 주고 CD를 구입해 듣고, 밴드를 섭외했다.

이 영화에는 핫도리 한조가 등장하는 장면에 뜬금없이 게오그르 잠피르의 팬플룻 연주곡 '외로운 양치기'가 등장한다. 이 음악 역시 타란티노 감독이 태국 식당에서 우연히 듣고 영화에 쓰게 됐다.

요란한 액션의 압권은 도쿄 나이트클럽 장면. 이 장면은 베이징 스튜디오에서 5층 높이의 세트를 세운 뒤 촬영.

나이트클럽 장면은 한 눈에 보기에도 이소룡 영화 '사망유희'와 '정무문' 장면을 상당 부분 흉내냈다. 특히 노란 트레이닝 복은 이소룡이 '사망유희'에서 입고나와 상징이 됐다.

나이트클럽 싸움 중 중간에 영상이 흑백으로 전환되면서 콘트라스트가 강렬하게 대비된다. 그런데 일본판에서는 이 장면이 컬러로 나온다.

단색의 배경 위로 실루엣이 강조되는 이 장면은 일본 영화 '사무라이 픽션'을 연상케 한다.

사무라이 영화의 전형을 보여준 막판 액션 대결. 이 장면만 보면 마치 일본 검객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