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타짜 & 잔혹한 출근

울프팩 2007. 2. 24. 06:06
최동훈 감독의 '타짜'(2006년)와 김태윤 감독의 '잔혹한 출근'(2006년)은 모두 머니게임에 골병드는 사람들 이야기다.
차이가 있다면 프로와 아마추어라는 점이다.
'타짜'는 머니게임의 선수들, '잔혹한 출근'은 어설픈 아마추어들이 주인공이다.

허영만 만화를 원작으로 한 '타짜'는 제목이 말해주듯 속임수를 쓰는 전문 화투 노름꾼들이 주인공이다.
젊은 타짜 조승우, 타짜 고수 백윤식, 악한 타짜 김윤석, 여우 타짜 김혜수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베일에 가려진 타짜들의 세계를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다만 최동훈 감독의 과장된 연출이 눈에 거슬린다.
'범죄의 재구성'에서도 그랬듯이 최 감독은 캐릭터를 아주 작위적으로 몰고간다.

과장된 몸짓과 한 옥타브쯤 올라간 톤으로 쉼없이 대사를 쏟아내는 배우들을 보면 영화가 아니라 쇼 오락프로그램 같다.
최 감독은 MTV식 빠른 편집에 익숙한 세대들을 잡기위한 스피디한 연출을 감각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으나 도가 지나치면 과장, 즉 '오버'가 돼버린다.

그 결과는 주인공의 몰락으로 나타난다.
'범죄의 재구성'에서는 박신양, '타짜'에서는 조승우가 그대로 묻혀 버렸다.
덕분에 이 작품에서는 악역을 연기한 김윤석이 눈에 띌 수 밖에 없다.
그만큼 김윤석이 연기도 자연스럽게 잘했다.

원작 만화의 긴 이야기를 잘 압축했다.
과장된 연출만 아니었다면 괜찮은 작품이 됐을텐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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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윤 감독의 사실상 데뷔작이나 다름없는 '잔혹한 출근'은 생계를 위해 유괴를 하는 어느 가장의 절박한 범죄담이다.
코미디를 표방했지만 그다지 웃을만한 장면이 별로 없는 특이한 영화다.

주식투자를 위해 얻은 사채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동철(김수로)은 같은 처지인 만호(이선균)와 함께 여고생을 납치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 동철의 딸이 유괴를 당한다.
동철은 이제 딸을 살리기 위해 반드시 몸값을 받아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유괴범의 아이를 유괴한다는 황당한 설정에 비해 영화는 그다지 긴박감이 없다.
웃음도 없다.

그저 궁지로 몰리기만 하는 주인공의 상황이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일이 뜻대로 안풀리자 주인공이 사채업자에게 쳐들어가면서 어려움이 가중되는 설정도 너무 작위적이다.

또 주인공이 착한 놈들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집어넣은 장면들은 이야기를 늘어지게 만든다.
반면 정작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생략돼 있다.
그래서 유괴당한 아이 아버지의 정체, 김수로의 결말 등은 모두 관객이 상상으로 채워넣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아마추어들의 어설픈 범죄담 만큼이나 여러가지로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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