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투어리스트

울프팩 2010. 12. 11. 10:38

이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관계를 다루고 있다.
A라는 존재가 B 또는 다수의 존재와 맺어진 관계 때문에 이야기가 생겨난다.

따라서 관계의 본질을 파악해야 이야기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그만큼 관계란 이야기의 시작이요 끝이다.

플로리언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라는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긴 이름을 가진 감독이 만든 '투어리스트'는 기차간에서 우연히 만난 여성과 남성의 관계를 풀어가는 드라마다.
두 사람이 왜 만났을까, 어떻게 만났을까, 그리고 어떻게 될까를 고민하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마치 우연처럼 만난 두 사람이 겪는 모험담은 관계의 본질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다보니 시종일관 궁금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감독은 추리극의 기술을 빌려 관계의 본질을 살짝 감춰놓아 사람들을 궁금하게 만드는 꼼수를 부렸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가림막 자체가 튼실하지 못하고 너무 얇아서 속내가 다 들여다보인다.
그만큼 예측 가능한 반전이 이 영화의 한계다.

더불어 안젤리나 졸리와 조니 뎁이라는 훌륭한 배우들을 기용했는데도 불구하고 두 사람을 제대로 융화시키지 못해 서로 겉도는 느낌이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인데도 분위기가 잘 안맞아 로맨스에 몰두하기 힘들다.
능력 보다는 궁합의 문제인 듯 싶다.

관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끈 점은 훌륭한 시도지만, 밀도있게 다루지 못하고 깊이가 얕은 이야기로 끌어가다보니 흡입력이 떨어진다.
그 바람에 본격 미스테리 스릴러도 아니요, 요란한 액션극도 아니고 화끈한 애정극도 아닌 어정쩡한 영화가 돼 버렸다.

오히려 이야기나 배우보다는 베니스의 풍광이 더 눈길을 끈다.
참고로, 이 영화는 2005년에 소피 마르소가 주연한 '안소니 짐머'라는 작품의 리메이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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