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여행

파리의 백화점들과 거리 풍경

울프팩 2015. 8. 25. 15:54

파리의 여름은 의외로 서늘했다.

볕이 쨍쨍한 한낮에도 기온이 불과 섭씨 22, 23도를 오르내리는 정도여서 전혀 덥지 않다.

 

여기에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 그늘에 들어서면 마치 초가을 날씨 같다.

심지어 저녁이나 아침 일찍, 또는 흐린 날에 바람이라도 불면 한기까지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 그런지 걸어다니며 구경하거나 쇼핑하기 좋다.

파리는 오랜 역사를 지닌 백화점들이 말해주듯 쇼핑의 도시다.

 

각종 명품들이 즐비하며 화장품, 디저트, 의약품, 육아용품 등이 다양하게 발달해 있다.

이를 한 군데서 대부분 살펴볼 수 있는 곳이 바로 파리의 유명 백화점들이다.

 

파리의 3대 백화점으로 꼽히는 곳은 갤러리 라파예트(Galeries Lafayette), 프랭탕(Au Printemps), 봉마르셰(Bon Marche)이다.

이 가운데 갤러리 라파예트와 프랭탕은 오페라 지구에 나란히 붙어 있어 찾아가기 쉽다.

 

[갤러리 라파예트 모습]

 

오스만 거리에 위치한 갤러리 라파예트는 파리에서 가장 큰 백화점으로 꼽힌다.

건물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로 나뉘어졌고 각 건물마다 판매하는 상품들이 다르다.

 

[갤러리 라파예트는 본관 메인 홀의 둥근 유리 천장이 유명하다.]

 

특히 이 곳은 화려한 내부 장식으로 유명하다.

유명한 건축가 조르주 셰단이 설계한 이 건물은 독특한 장식과 빼어난 유리 돔 덕분에 쇼핑을 하지 않는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다.

 

[갤러리 라파예트의 메인 홀 풍경. 마치 이정표처럼 우뚝 솟은 중앙 판매 부스는 매번 브랜드가 바뀐다.]

 

이 곳은 테오필 바더와 사촌 알폰스 칸이 1893년에 잡화점으로 시작했으나 장사가 잘 돼 백화점으로까지 번창했다.

조르주 셰단이 아르누보 양식의 곡선이 많이 들어간 아름다운 장식으로 건물을 수놓았다.

 

[갤러리 라파예트는 옥상을 개방해 전망대처럼 파리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중심부에 고층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한 정책 때문에 파리 시내는 백화점 옥상에서도 충분히 내려다 볼 수 있다. 정면에 오페라 가르니에의 뒷모습이 보인다.]

파리 뿐 아니라 베를린 등 유럽 여러 지역의 지점을 갖고 있다.

 

[마침 개점 150주년을 맞아 화려하게 장식한 프랭탕 백화점. 역시 여러 채 건물로 구성돼 있다.]

 

프랭탕 백화점은 1990년대 국내에도 진출했다가 철수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따.

갤러리 라파예트와 작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1865년에 문을 연 이 곳은 유명 건축가 폴 세딜이 설계했다.

무엇보다 정면 상층에 사계절을 나타내는 아름다운 조각들이 눈길을 끄는데, 앙리 샤퓌의 작품이다.

 

[프랭탕 백화점도 옥상을 개방해 놓아서 무료로 올라가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다. 금박 입힌 큐폴라는 백화점 장식물이다.]

 

20세기 초반 아르누보 양식을 가미해 대규모 확장을 했으나 화재로 폐허가 됐고, 1920년대 다시 만들었다.

이때 경험 때문에 제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건물 내부 장식을 뜯어내 따로 보관했다.

 

이후 1975년 백화점 정면 조각과 둥근 채색유리 천장이 문화재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봉마르셰 백화점. 외관이 화려하지 않다.]

 

좀 떨어져 있는 봉 마르셰 역은 1862년 개점한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이다.

갤러리 라파예트나 프랭탕보다 지명도가 떨어져 그런 지 두 곳보다 사람들이 많지 않은 편이다.

 

그만큼 여유있게 쇼핑을 즐길 수 있다.

갤러리 라파예트와 프랭탕은 최근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드는 바람에 오후에 가면 북새통을 이뤄 쇼핑 하기가 힘들다.

 

쇼핑 뿐 아니라 세금환급창구도 엄청 붐비기 때문에 보통 1,2시간 줄서서 기다리는 것은 각오해야 한다.

여기에 프랑스 특유의 서두르지 않는 서비스 문화까지 겹쳐 줄이 아무리 길어져도 직원들이 여유있게 일을 처리한다.

 

그나마 프랭탕이 조금 더 낫다.

한국말을 할 줄 아는 프랑스인 직원도 따로 배치돼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파리의 밸리브 자전거. 옆 거치대에 딸깍 소리가 날 때까지 밀어 넣어야 제대로 반납이 이뤄진다.]

 

파리 거리를 걷다 보면 흔히 만날 수 있는 것이 바로 파리의 공공 자전거 대여제도에 따라 만든 벨리브 자전거 거치대이다.

교통난 해소를 위해 2007년 도입된 벨리브는 이용자가 급속하게 늘어 시설이 대폭 확대되면서 세계 최대 자전거 대여제도가 됐다.

 

회원 가입을 하면 관광객도 즉석에서 빌려 탈 수 있다.

가입시 150유로의 보증금을 신용카드로 예치해야 하는데, 자전거를 반납하지 않거나 분실할 경우 대비해서 받는 예치금이므로 정상 사용 후 반납하면 결제되지 않는다.

 

최초 30분은 무료로 빌릴 수 있으며 이후 30분 단위로 요금이 누진 부과된다.

거리를 걷다보면 벨리브를 탄 사람들을 아주 많이 볼 수 있는데, 그만큼 이용이 잘 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난 및 파손 자전거 대수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세느 강변 가판대 풍경.]

 

세느 강변을 따라 거리를 걷다 보면 강쪽으로 초록색 상자들이 쭉 붙어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마치 커다란 쓰레기 분리수거함 처럼 보이는데, 바로 거리의 상점, 즉 가판대들이다.

 

낮에는 활짝 열어서 물건을 진열해 놓고 팔다가 저녁이나 휴일에는 차곡 차곡 접어서 잠궈 놓는다.

가판대 자체가 규격화 돼 있어서 전혀 지저분해 보이지 않고 이 또한 관광객의 시선을 끄는 거리의 풍물로 자리 잡았다.

 

[가판대 판매상품은 책부터 장신구, 골동품 등 다양하다. 도대체 저런 물건을 어디서 찾았을까 싶을 정도로 오래 돼 보이는 책들과 LP, 사진 등등 취급하는 상품도 가지가지다.]

 

파리는 도시가 크지 않아서 주요한 곳은 걸어 다니며 볼 수 있고, 떨어져 있는 곳도 지하철을 타면 쉽게 갈 수 있다.

파리의 지하철은 노선이 10여개에 이를 만큼 잘 발달 돼 있다.

 

[튜브를 연상케 하는 지하철 역 내부.]

 

몇 번 타보면 금방 익숙해 지지만 그렇지 않으면 헷갈릴 수 있으니 구글 맵 등을 이용해 환승역 등을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열차표는 티켓발급기로 끊으면 되는데, 들어갈 때만 개찰구에서 체크하고 나올 때는 체크하지 않는다.

 

따라서 몰래 올라 타도 누가 제지하지 않는다.

그런데 가끔 불시에 나가는 곳에서 검표원들이 표 검사를 할 때가 더러 있다.

 

이때 잘못 걸리면 몇 배를 물어야 하니, 되도록이면 망신 당할 일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운행 차량도 종류가 다양하다. 창이 넓은 신형 차량은 문도 자동으로 열리고 닫힌다. 하지만 좀 오래된 구형 차량은 타고 내릴 때 승객이 직접 문을 열고 닫아야 한다. 손잡이를 위로 밀어 올리면 문이 열린다.]

 

파리에서 의외로 반가웠던 곳이 바로 파리바게뜨이다.

바로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리바게뜨가 바게뜨의 본고장 파리에 1,2호점을 냈다.

 

[파리바게뜨 2호점인 오페라점 모습. 아래층에서 빵을 사서 2층에 올라가 먹을 수 있다.]

 

그 중 2호점이 오페라 지구에 있다.

점심 때 보면 제법 사람들이 줄을 서서 빵을 산다.

 

[파리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 사이에 유명한 삿포로 레스토랑. 점심 때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린다.]

 

오페라 지구를 향하는 생안느 거리에 위치한 삿포로 레스토랑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일식집이다.

특히 라면과 덮밥 전문집이다.

 

일본인 한국인 중국인 등 동양인들은 물론이고 현지 프랑스 사람들도 많이들 오기 때문에 점심 시간에 항상 길게 줄을 서 있다.

삿포로라면인 미소라면이 유명하며 가츠동도 많이들 시켜 먹는다.

 

미소라면은 우리식 매콤한 라면이 아니라 구수한 된장국물에 푹 삶은 돼지고기가 들어가는 삿포로식이다.

반찬은 절인 오이 3쪽을 주는데, 김치가 필요하면 따로 돈을 내고 시켜야 한다.

 

먹어보니 종갓집 김치로 추정되는 김치가 나온다.

즉, 맛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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