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여행

파리의 오페라 가르니에 & 튈르리 공원

울프팩 2015. 9. 6. 23:35

오페라 가르니에(Opera Garnier)는 파리에 머무는 동안 묵었던 호텔이 근처여서 가장 자주 본 건물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곳은 2,200석 규모의 오페라 전문 극장으로, 오페라 공연을 위한 복잡한 무대장치와 호화로운 연회홀 등을 갖추고 오페라와 발레 등을 주로 공연했다.

 

[오페라 가르니에의 발코니 방면]

 

이 건물이 얼마나 대단한 지 보려면 오르세 미술관을 가보면 된다.

거기에 복잡 다단한 내부 단면 모혐이 전시돼 있다.

 

오페라, 발레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이 곳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바로 가스통 루르의 유명한 소설 '오페라의 유령'과 이를 토대로 만든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과 영화의 배경이 된 장소이기 때문이다.

 

나폴레옹 3세 시절, 파리 개조 계획이 추진되며 건설된 이 곳은 1860년 개최된 디자인 공모전에서 뽑힌 35세 무명 건축가 샤를 가르니에가 설계했다.

가르니에는 당시 유행이었던 그리스풍 고전주의 대신 다양한 방식을 섞어 호화롭게 만들었다.

 

[오페라 가르니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그랑 에스칼리에]

 

실제로 들어가 보면 소설과 영화의 무대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우선 30m 높이로 천장까지 이어진 거대한 홀과 그랑 에스칼리에라고 부르는 거대한 중앙 계단이 눈에 들어 온다.

 

여기에 프랑스 각지에서 가져온 여러 색의 대리석을 조합해 기둥 및 난간, 바닥 등을 만들었다.

1,2,3층을 차례로 올라가면서 볼 수 있는데 3층에 오르면 상류층이 사용한 발코니석에 들어가 볼 수 있다.

 

[발코니석에서 내려다 본 오페라 가르니에의 무대]

 

발코니석에서는 길이 25m, 폭 50m의 무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언뜻보면 크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도 있지만 450명이 한 번에 오를 수 있는 무대라고 한다.

 

그런데 이 극장의 묘미는 무대가 아닌 천장에 있다.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거대한 샹들리에가 걸린 천장에 샤갈이 그린 '꿈의 꽃다발'이라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그림이 하나 가득 들어 온다.

 

[샤갈이 그린 오페라 가르니에의 천장화]

 

원래 본명이 모이세 샤갈인 그는 러시아 태생으로 1910년 후원자의 도움으로 파리에 왔다가 아예 눌러앉게 됐다.

파리를 너무 사랑한 그는 이름도 마르크 샤갈이라는 프랑스 식으로 바꿨다.

 

드골 정부 시절 문화부 장관이었던 앙드레 말로는 샤갈을 찾아가 오페라 가르니에의 천장화를 부탁했다.

그는 자신을 알아준 파리에 대한 보답으로 2년 동안 그림을 그려 1965년 무료 헌상했다.

 

샤갈은 극장의 의미를 살려 오페라의 나오는 장면들과 파리 관광 명소를 섞어서 그림 속에 담았다.

그림을 자세히 올려다보면 베토벤의 '피델리오', 모짜르트의 '마적', 비제의 '카르멘' 등 유명 작곡가 14명의 작품명이 써있다.

 

테라스로 이어지는 3층 복도도 압권이다.

수 많은 샹들리에와 호사스런 천장화, 거대한 시계로 장식된 복도는 마치 왕궁을 연상케 한다.

 

[왕궁을 연상케 하는 오페라 가르니에의 3층 복도]

 

테라스로 나가보면 극장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은 파리 도로와 광장 등이 한 눈에 들어 온다.

극장 앞 광장에는 더러 거리 음악가들의 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오페라 가르니에가 위치한 곳은 지반 자체가 물이 많이 고여서 건축 당시 펌프로 계속 물을 퍼냈다고 한다.

가스통 루르는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극장 지하에 거대한 호수가 있는 설정으로 '오페라의 유령'을 썼다.

 

[나폴레옹 전승 기념탑이 서 있는 방돔 광장. 탑은 마침 보수 공사 중이어서 가려 놓았다.]

 

오페라 가르니에를 나와 앞쪽 방향의 길을 따라 내려가면 방돔 광장(Place Vendôme)이 나온다.

유명 명품점이 즐비해 쇼핑객들이 좋아하는 이 곳은 1702년 루이 14세가 궁정 건축가 망사르에게 지시해 만들었다.

 

루이 14세는 광장 한복판에 자신의 기사망을 세웠고, 이름도 루이 대왕을 뜻하는 루이 르 그랑으로 지었다.

그러나 프랑스 혁명 때 동상이 파괴됐고 지명도 지역 영주였던 방돔 공작의 이름을 따서 바뀌었다.

 

나폴레옹은 루이 14세 동상 자리에 1805년 치른 오스테를리츠 전투 승전 기념탑을 세웠다.

로마의 트라야누스 기념탑을 흉내낸 높이 44m의 이 탑은 적에게서 빼앗은 대포 1,250문을 녹여서 만들었으며, 기둥에 조각가 베르제레가 전투 장면을 나선형 무늬처럼 새겨 넣었다.

 

이후 기둥의 동상은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앙리 4세의 상, 루이 18세 때 왕가의 상징인 백합 등으로 바뀌었다.

1871년 파리코뮌 시절 화가 쿠르베의 주도로 기념탑이 파괴 된 적이 있었으나 1874년 복원됐고, 그때 올라간 나폴레옹 기마상이 지금까지 그대로 있다.

 

탑을 중심으로 사방에 명품샵과 리츠호텔 등이 있는데, 쇼팽이 살았던 12번지는 이를 알리는 팻말이 붙어 있다.

파리의 최고급 호텔인 리츠호텔은 코코 샤넬 등 유명 인사들이 머물렀으며, 영국의 다이애나 전 황태자비가 교통사고로 죽기 전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파리 시민들의 편안한 휴식처 역할을 하는 튈르리 공원]

 

방돔 광장을 가로 질러 가면 파리 사람들이 휴식과 운동을 위해 즐겨 찾는 튈르리 공원(Tuileries Garden)이 나온다.

1563년 카트린 드 메디시스 왕비가 궁전과 이탈리아식 정원을 만들며 조성된 이 곳은 앙리 4세때 누에를 칮는 양잠원과 오렌지 농원이 추가됐다.

 

오렌지 농원은 지금의 오랑주리 미술관으로 바뀌었다.

아름다운 정원을 꾸민 것은 베르사유 궁전의 조경 담당이었던 르 노트르였다.

 

[튈르리 공원의 인공 연못. 멀리 오벨리스크가 보인다. 연못을 끼고 돌면 오랑주리 미술관이 나온다.]

 

정원 한쪽에는 현대식 놀이시설이 들어선 유원지처럼 꾸몄고 한쪽은 녹지대와 팔각형의 인공 연못, 오랑주리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공원 곳곳에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가 많고, 무겁지만 움직일 수 있는 철제의자들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이를 이어붙여 발을 올린 채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이 곳을 관통하면 루브르 박물관으로 갈 수 있는데 양쪽으로 늘어선 나무들은 한 여름에도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줘 쉬엄 쉬엄 가기 좋다.

아침이면 이 곳에서 열심히 뛰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한낮에는 이 곳에서 볕을 쪼이며 쉬거나 음식을 싸와 먹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한마디로 파리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튈르리 공원 곳곳에 조각들이 많은데, 이렇게 새들이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아 똥을 싸대는 바람에 온통 희끗희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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