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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 분 'Holy Diver'

울프팩 2007. 8. 19. 10:37

Pat Boone - Holy Diver (cover)

팻 분은 1950~60년대를 대표하는 스위트 가이였다.
솜사탕처럼 달콤한 목소리로 부른 'Love Letters In The Sand'나 'April Love'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팝 발라드였다.

그러나 내가 팻 분을 안 것은 이 노래들보다 초등학교때인 1970년대에 들은 그의 캐롤이었다.
크리스마스만 되면 70~80년대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캐롤은 어김없이 팻 분 아니면 빙 크로스비였다.
특히 팻 분이 부른 캐롤들은 어린 나이에도 마음이 눈처럼 녹아내릴 정도로 부드럽고 편안했다.

그러나 60년대 이후 팻 분은 서서히 잊혀져갔다.
오히려 딸인 데비 분이 'You Light Up My Life'로 더 인기를 끌었다.

그래서 그런지 팻 분은 70년대들어 컨트리 송과 가스펠로 방향을 틀었다가 한동안 음반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1997년에 불쑥 들고나온 음반이 바로 'No More Mr. Nice Guy'다.

이 음반은 놀랍게도 메탈 넘버다.
그렇지만 스위트 가이가 부른 메탈은 너무나 부드럽다.
'이게 과연 오리지널 메탈곡이었나' 싶을 만큼 반주도 나긋나긋하고 목소리는 기름처럼 부드럽게 미끌어진다.

수록곡들은 쥬다스 프리스트의 'You've Got Another Thing Coming', 딮 퍼플의 'Smoke On The Water',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 메탈리카의 'Enter Sandman' 등 쟁쟁한 히트곡들이다.
너무나 황당하게 달라진 곡들을 들어보면 때로는 웃음이 나오고 때로는 경이롭다는 생각이 든다.

수록곡중 가장 자연스럽게 변환된 곡은 나자레스의 'Love Hurts'다.
팻 분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애절한 곡 분위기가 어울려 슬픈 발라드처럼 들린다.

가장 황당한 곡은 오지 오스본의 'Crazy Train'.
오지의 하이 보컬과 달리 축 가라앉은 팻 분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메탈 넘버를 컨트리 송으로 바꿔 놓았다.
하도 황당하다보니 이 노래는 미국 TV시리즈 '오스본 패밀리'의 테마로도 쓰였다.

비교적 재미있게 들을 만한 곡이 바로 디오의 'Holy Diver'다.
물론 70세가 넘은 노인이다보니 론리 제임스 디오처럼 힘차게 울부짖는 목소리는 기대할 수 없다.
대신 포크송처럼 흥겨운 기타리듬과 설렁설렁 구렁이 담넘어가듯 깔리는 그의 보컬이 또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원곡들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기절할 노릇이지만 그냥 재미로 들으면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다.
어차피 팻 분이 변신했다기보다는 그냥 해프닝에 가까운 음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