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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퍼시픽 (블루레이)

울프팩 2010. 11. 24. 00:29
23일 오후 2시반 북한이 연평도를 향해 해안포를 발사했다.
30분간 수십 발의 포탄이 떨어져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연평도의 모습은 전쟁터 같았다.

하루 종일 불안감을 지우지 못한 채, 한국이 종전이 아닌 휴전국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이 땅에선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것이다.

전쟁.
다행히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6.25를 치른 부모님들의 말씀 만으로도 전쟁의 참상은 끔찍했다.

사실주의를 표방한 전쟁물들 또한 몸서리쳐지는 간접 체험을 제공한다.
미국 HBO의 10부작 TV시리즈 '퍼시픽'(The Pacific, 2010년)도 그런 작품이다.

톰 행크스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손잡고 제작한 이 작품은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후속작이자 제 2차 세계대전 종전 55주년을 기념해 만든 역작이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원작을 쓴 미국 역사학자 스티븐 앰브로스의 아들인 휴 앰브로스의 자문을 받아 실화를 영상으로 옮긴 이 작품은 유럽을 다룬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달리 아시아 태평양 전선을 다뤘다.

일본군과 미군이 피의 공방전을 치른 과달카날부터 미 해병대원들이 성조기를 일으켜 세우는 사진으로 유명한 유황도, 그리고 처절한 옥쇄를 치른 오키나와까지 3명의 주인공이 겪은 태평양 전선의 주요 전투를 생생하게 묘사했다.
특히 유황도와 펠렐리우, 오키나와의 처참한 전투 장면은 보는 것만으로도 끔직하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가 미 공수부대원들의 전투에 초점을 맞춘 반면 이 작품은 3명의 평범한 미국 젊은이가 전쟁을 통해 인간성이 파괴되면서 받는 정신적 상처를 묘사했다.
작품을 보노라면 결코 어느 곳에서도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전쟁은 승자나 패자 모두에게 시련일 수 밖에 없다는 강한 반전 메시지를 주는 좋은 작품이다.

1080p 풀HD 영상의 1.78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최신작 답게 발군의 화질을 자랑한다.
깨끗하고 선명한 색감과 세밀한 세부 묘사는 블루레이만의 장점이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전쟁영화답게 묵직한 저음이 일품이다.
또 소리의 이동성과 방향감이 살아 있어 서라운드 효과가 제대로 발휘된다.

총 6장의 디스크 가운데 6번째 디스크는 제작과정, 태평양 전쟁 해부 등이 들어 있는 부록 디스크다.
모두 한글 자막을 지원한다.
그러나 1~5번째 디스크에 들어 있는 피처렛은 한글 자막을 지원하지 않는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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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2,50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3년 동안 만든 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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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의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그중 미 해병대에서 기관총 사수로 활약한 존 바실론 중사는 무공훈장을 받으며 미국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바실론 중사 역은 존 세다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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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지마 전투에서 장렬하게 전사한 존 바실론 중사를 기리기 위해 그의 고향 마을인 라리탄에서는 지금도 퍼레이드를 하고 있으며, 1945년에 그의 초상화가 담긴 우표가 발행됐고 그의 이름을 딴 도로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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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바실론 중사의 부인인 레나 바실론 하사. 그는 결혼 7개월 째인 32세 생일에 남편의 전사 소식을 들었다. 이후 그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으며 99년에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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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병 1사단에서 60미리 박격포 사수로 활약한 유진 슬레이지는 펠렐리우, 오키나와 전투 경험을 토대로 1981년에 'With the Old Bread at Peleliu and Okinawa'라는 회고록을 펴냈다. 조셉 마젤로가 유진을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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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은 종전 후 전쟁때 겪은 정신적 충격 때문에 한동안 고생했다. 훗날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아 알라바마 몬테발로대학에서 교수를 했으며, 2001년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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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배지 데일이 연기한 로버트 렉키는 미 해병대원으로 과달카날, 파부부, 유황도 전투에 참가했다. 종전 후 AP통신의 특파원을 지냈으며 2001년 알츠하이머병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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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달카날 전투의 참혹한 풍경. 1942년 8월에 태평양의 작은 섬에서 벌어진 6개월 간의 전투로 일본군은 떼죽음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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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황도, 즉 이오지마는 검은 모래 해안이 특징. 이오지마 전투 촬영을 위해 제작진은 멜버른 국립공원 내에 세트를 짓고, 화산재로 검은 해안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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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망중한. 게리 쿠퍼와 잉그릿드 버그만이 출연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가 상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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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전차와 파괴된 제로센 전투기 등 고증이 잘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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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우 공화국 수도 코롤에서 1,2시간 가량 떨어진 펠렐리우 섬. 지금도 섬 곳곳에 일본군 전차 및 대포가 남아있는 등 전장의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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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9월부터 두 달 동안 작은 섬인 펠렐리우에서 벌어진 상륙작전으로 미군과 일본군 합쳐 2만명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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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렐리우 전투는 우리에게도 가슴 아픈 곳이다. 일제에 강제징용당한 우리 동포 6,000여명이 끌려가 활주로나 시설물 공사에 동원됐다. 정글을 뚫고 길을 내는 힘든 노역 때문에 한국인 징용자들이 끊임없이 '아이고' 소리를 연발해 다리 이름이 '아이고 다리'가 된 곳도 있다. 징용자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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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펠렐리우에 상륙하며 숱한 전사자를 내는 바람에 이곳 명칭이 지금도 피로 물든 해안이라는 뜻의 블러드 비치로 불린다. 숱한 원혼을 낳은 이 격전지가 지금은 신혼여행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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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참혹함을 묘사한 영상은 실감나다 못해 무서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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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라이 정신을 강조하며 숱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몬 일본의 대화혼은 오키나와 옥쇄로 이어졌다. 군인 뿐 아니라 민간인들까지 강제로 벼랑에서 몸을 던진 오키나와 옥쇄는 옥처럼 아름답게 부서진다는 뜻의 옥쇄라는 이름으로 미화했지만 사실상 집단 광기에 사로잡힌 살인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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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너터, 티모시 패튼, 토니 토 감독 등 여러 명이 연출했으며 한스 짐머가 음악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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