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퍼펙트 게임

울프팩 2014. 11. 28. 12:29

지금은 고인이 된 롯데 자이언츠의 명투수 최동원 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투 아웃 이후 2 스트라이크 3볼 풀 카운트 상황, 사람들은 마운드에 선 최동원만 바라 봤다.

 

크게 와인드업 한 뒤, 내리 꽂 듯 공을 던지자 마자 최동원은 포수 쪽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덤덤한 표정으로 터덜 터덜 마운드를 걸어 내려 갔다.

볼 것도 없이 스트라이크라는 오만함과 자신감의 표시였다.

 

아니나 다를까, 심판의 스트라이크 아웃을 외치는 요란한 몸짓이 곧바로 이어진다.

이를 TV로 지켜보며 그의 담대함과 자신감에 절로 경탄했던 기억이 난다.

 

비단 나만 그렇게 느꼈던 것은 아닌 모양이다.

롯데 팬으로 보이는 박현욱의 장편 소설 '새는'에도 초반 최동원에 대한 같은 얘기가 나온다.

 

박희곤 감독의 '퍼펙트 게임'은 프로야구 도입 초창기 시절 전설처럼 남아 있는 최동원과 선동열의 명승부를 다룬 실화에 기반한 드라마다.

당시 두 선수는 3번 겨뤄 1승1무1패를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1987년 5월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마지막 대결을 담았다.

 

당시 롯데와 해태는 연장 15회까지 가며 무려 4시간56분의 사투를 벌였으나 결국 2 대 2 무승부로 끝났다.

영화는 이 유명한 대결을 드라마틱하게 재현했다.

 

감독은 끝까지 완투하며 극적인 대결을 벌인 두 선수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였는지를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 중에서도 특히 최동원 선수의 팬이었던 감독은 최 선수의 존재감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최동원 역은 조승우, 선동열 역은 양동근이 맡았는데, 특히 조승우는 오랜 훈련을 통해 최동원의 몸을 비트는 듯한 투구 폼을 똑같지는 않아도 꽤나 그럴 듯 하게 흉내냈다.

다른 선수들의 경기 장면도 잦은 커트로 인위적 구성을 하긴 했지만 재미있게 볼 만 하다.

 

아쉬운 점은 억지로 꿰어맞춘 신파조의 드라마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드라마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했겠지만 막판 동점 홈런을 때린 해태 포수의 이야기, 여기자의 도발적 질문, 양 팀의 경기장 난투극 등 감독이 설정한 가상의 내용들은 너무 작위적이고 상투적인 표현들이어서 식상하다.

 

특히 크게 헛스윙한 만년 후보 선수의 헬멧이 벗겨지며 그 안에 가족 사진이 드러나는 장면은 과거 반공 전쟁영화에서 흔히 보던 철모에 붙은 연인이나 가족 사진을 연상케 해 괜히 민망하다.

그럼에도 두 선수가 펼쳤던 감동적인 대결과 이제는 기억이 어렴풋한 초창기 프로야구에 대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반가운 작품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최동원 선수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였는 지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게 하는 영화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무난하다.

 

계단현상이 보이는 등 블루레이와 비교하면 부족하지만 DVD만으로는 괜찮은 편.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며, 한 장 짜리 할인판 타이틀에는 부록이 전혀 없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최동원을 연기한 조승우. 최동원은 당시 메이저리그 진출 제안을 받았을 만큼 능력을 높이 인정받았다. 

선동열을 연기한 양동근. 1985년 해태 타이거스에 입단하며 프로야구에 발을 디딘 선동열은 이듬해 MVP를 거머쥐었고, 29 완봉승, 역대 통산 최저 방어율 1.20 등 갖가지 기록을 만들었다. 

최정원이 연기한 여기자, 마동석이 맡은 해태의 만년 후보 포수, 이해우가 연기한 최동원의 고교 시절 스승의 아들 등은 모두 영화의 재미를 위해 창조한 가공의 인물이다. 

슬로모션 촬영에 쓰이는 초고속 카메라 팬텀 등 다양한 카메라를 동원해 경기 장면을 촬영. 

초등학교 시절 어린이 야구단에서 활동했던 박 감독은 최동원의 팬이기도 하다. 그는 촬영을 하면서 최동원선수에게 자문을 많이 구했다. 

갈라지고 터져서 피가 흐르는 손가락 살을 본드로 붙이고 어깨에 진통제를 뿌려가며 공을 던지는 장면 등은 두 선수의 고통이 어땠을 지 짐작하게 한다. 

조승우는 어려서 야구부에 들어가고 싶어 성동초등학교 야구부에 가서 테스트를 받기도 했단다. 사립이었던 성동국민학교 야구부는 꽤 유명했다. 

양동근은 조승우가 추천해서 선동열 역을 하게 됐다. 최동원의 잊지 못할 또다른 유명한 경기는 1984년 한국시리즈 우승 경기다. 그는 당시 7차전까지 간 한국시리즈에 무려 5번이나 등판하는 놀라운 투혼을 발휘했다. 그가 올라온 5차례 경기 가운데 롯데는 4승을 했다. 사실상 최동원의 승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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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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