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평양성

울프팩 2011. 6. 8. 17:07
비행기 안에서 연거퍼 3편의 영화를 봤다.
보다가 중단한 영화까지 포함하면 4편이다.

'언노운'이 괜찮았고, '그린호넷'은 엉망이었다.
그런데 이 작품, 이준익 감독의 '평양성'(2010년)은 아쉬움이 남아 적어 본다.

예전에 어설프게 알던 영화감독이 있었다.
나름 액션영화에 뜻을 두고 있었는데, 이 양반 의외로 멜로물을 그럴듯하게 잘 만들었다.

별로 큰 뜻을 두지 않고 만든, 액션물을 만들기 위한 준비로 멜로를 만들었는데 이게 대박이 났다.
이렇게 이름이 나야 원하는 액션물을 만들 수 있으리란 기대 때문이었다.

알고보니 자신이 뜻하는 액션보다 멜로에 꽤 소질이 있는 감독이었다.
그렇게 성공한 멜로 덕분에 액션물에 손을 대려고 하는데 잘 안되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는 액션이 아닌 멜로일 테니, 당연하다.
그는 고민에 빠졌다.

액션은 하고 싶은데 들어오지는 않고, 정작 들어오는 멜로는 썩 내키지 않고.
이럴 때는 어찌해야 할까.

난 그가 멜로물을 만들기를 바란다.
본인이 몰랐던 분야에 소질이 있다면 그것을 하는게 맞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이준익 감독의 이 작품은 안타깝다.
그의 출세작인 '황산벌'은 이준익 특유의 웃음 코드가 가득 한 작품이지만 그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된 작품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온통 치기와 흥행 코드로 범벅됐을 뿐, 이 감독을 차별화할 요소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황산벌'을 보고 나서 그에게 별반 기대를 걸지 않았다.

'왕의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흥행에 성공했지만 도대체 이 감독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를 다시 보게 된 것은 '라디오스타'와 '님은 먼 곳에'다.
하나는 괜찮은 흥행을 했고, 하나는 망했다.

하지만 두 작품에는 이 감독 특유의 휴머니티가 있다.
그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잡은 추억을 음악과 엮어서 드라마로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었다.

음악이라는 씨줄 위로 사람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적시는 이 감독 특유의 휴머니티가 날줄로 엮일 때 그의 영화는 빛이 난다.
그래서 두 작품 만큼은 그의 필모그라피 뿐 아니라 우리영화사에서도 기억할 만한 작품으로 꼽고 싶다.

그는 '황산벌' 같은 코미디보다는 '라디오스타'나 '님은 먼 곳에' 같은 드라마가 더 어울리는 감독이다.
그 쪽에 소질이 있고 잘 만든다.

그런데 세상은 그렇게 보지 않은 듯 싶다.
아니면 이 감독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가.

'님은 먼 곳에'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으로 주저앉더니 과거로 회귀했다.
'황산벌'의 속편 격인 '평양성'은 결국 세상에 맞춰 그의 소질을 접은 작품이다.

유치한 웃음 코드와 어설픈 러브라인까지 곁들였으니 오히려 '황산벌'보다 더 퇴보한 느낌이다.
진정성을 버린 만큼 흥행이라도 됐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렇지 못했으니 안타까울 수 밖에...

결국 감독 은퇴라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기까지 했다.
굳이 그래야만 했는 지 모르겠지만, 재능있는 만큼 돌아와 '라디오스타'나 '님은 먼 곳에' 같은 작품을 다시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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