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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피렌체의 보물창고, 피티 궁전

울프팩 2017. 11. 20. 15:34

피렌체를 관통하는 아르노강 남쪽에 위치한 호텔 룬가르노에 묵는다면 피티 궁전(Pitti Palace)이 아주 가깝다.

베키오 다리에서 반대 방향으로 큰길 따라 걸어서 5분 정도 내려가면 바로 만날 수 있다.


궁전 앞에는 비스듬하게 광장이 있는데 오후 되면 사람들이 이 곳에 모여 앉거나 누워서 얘기를 나눈다.

궁전 벽 한쪽에 티켓박스가 있어서 이 곳에서 표를 구입해야 입장할 수 있다.

[피티 궁전 전경. 건물 앞쪽에 둥그스름하고 비스듬한 작은 광장이 있다.]

티켓은 박물관과 보볼리 정원용을 각각 팔기 때문에 두 곳을 모두 보려면 양쪽 티켓을 함께 구입해야 한다.

이 곳을 보고로 부른 이유는 방대한 미술품과 생활용품, 그리고 훌륭하게 조성된 정원을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피티 궁전은 원래 피렌체의 은행가 루카 피티가 1457년에 건축을 결정한 개인 저택이다.

당시 피렌체의 실권자였던 메디치 가문에 경쟁심을 갖고 있던 피티는 메디치궁보다 크고 화려하게 짓기를 원했다.

[피티 궁전 안뜰에서 바라본 궁전 건물. 'ㄷ'자 형태로 배치된 건물 외관이 궁전이라 하기에는 소박하지만 실내는 그렇지 않다.]

16세기 미술사가였던 조르조 바사리는 피티가 이 건물의 설계를 두오모의 돔을 만든 필리포 브루넬레스키에게 맡겼고, 브루넬레스키의 제자였던 루카 판첼리가 거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이를 입증할 문서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믿지 않는다.


어쨌든 피티는 대저택을 짓던 도중 1472년 숨을 거둬 완공을 보지 못했다.

후손들이 저택에서 살다가 집안이 기울자 1549년 피렌체의 통치자였던 코시모 데 메디치 1세 대공의 아내였던 엘레오노라 디 톨레도에게 팔았다.

[금박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피티 궁전 내부. 빼곡하게 걸린 명화와 조각들은 물론이고 건물 천장과 벽을 장식한 프레스코화까지 건물 전체가 미술관이다.]

경쟁 상대를 누르기 위해 지은 건물이 경쟁자에게 넘어간 셈이다.

이후 코시모 1세는 아내를 위해 1561년 확장 공사를 지시했다.

 

이때 건물은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됐고, 공사가 끝난 뒤 코시모 대공은 피티 궁전을 거처로 삼았다.

원래 살던 베키오궁은 장남인 프란체스코가 물려받았다.

[거대한 방들은 '헤라클레스 방'처럼 각각 주제별로 정리돼 있고 해당 방 이름이 출입문 위에 적혀 있다.]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면 안뜰을 'ㄷ'자 모양의 건물이 감싸고 있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면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많은 미술품들이 걸려 있다.

 

특히 2층의 팔라티나 미술관은 12개의 방을 개조해 조성된 곳으로 르네상스 시대부터 바로크 시대까지 다양한 미술품들이 각 주제별로 전시돼 있다.

라파엘로, 타치아노, 카라바조, 루벤스 등 당대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 줄줄이 걸려 있으며 일일이 보려면 몇 시간은 족히 걸릴만 하다.

[궁전이다보 니 각국에서 온 사절들을 접대하는 역할도 했기 때문에 무도회장 등 널찍한 연회 장소들도 있다.]

 

3층 현대 미술관에도 쇠라 등 다양한 화가들의 그림이 걸려 있다.

이 곳 또한 사실적인 풍경화와 인물화들이 걸려 있어 빼놓지 않고 볼 만하다.

 

그 밖에 1층에 은으로 만든 용품들을 전시한 박물관과 여러 곳에 각종 가구, 악기 등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전시품들이 놓여 있다.

특히 나폴레옹이 피렌체를 점령했을 때 사용한 목욕탕 욕조 등이 눈길을 끈다.

[나폴레옹의 욕실을 재현해 놓은 방. 실제로 나폴레옹이 사용한 욕조가 놓여 있다.]

 

건물 내부를 고루 구경한 뒤 밖으로 나오면 분수를 지나 보볼리 정원으로 넘어가는 입구가 나온다.

이 곳에서 다시 표 검사를 한다.

 

보볼리 정원은 1549년 트리볼로라는 사람이 조성했다.

정원이라고 해서 작은 뜰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보볼리 정원에서 바라본 피티 궁전 건물.]

 

멀리 분수에서 꼭대기 도자기 박물관 있는 곳까지 두루두루 제대로 보려면 다리가 아프게 걸어 다녀야 할 만큼 넓다.

넓이도 넓이지만 한 여름에 가면 작렬하는 태양에 살갗이 홀랑 익을 만큼 뜨겁다.

 

물론 나무 그늘 아래 벤치 등에서 더위를 식힐 수 있지만 여름철 정원 구경이 그리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대신 비스듬한 계단처럼 조성된 정원 윗부분에 올라가면 피티 궁전이 내려다보이는 정경이 그럴 하다.

[보볼리 정원 위쪽에 위치한 도자기 박물관.]

 

또 꼭대기에 위치한 도자기 박물관도 들어가 볼 만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자기류로 이렇게 다양한 조형물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만큼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작품들이 많이 보관돼 있다.

정원을 둘러보았다고 바로 피티 궁전을 통과해 빠져나가면 한 가지 볼거리를 놓치게 된다.

[도자기 박물관에 전시된 각종 자기들은 예술작품이나 다름없을 만큼 섬세하고 아름답다.]

 

바로 부온탈렌티 동굴이다.

이 동굴은 정원에서 피티 궁전 건물을 향하고 섰을 때 오른편 한 구석에 있다.

 

피티 궁전 건물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 아래편으로 쭉 내려가면 된다.

설계자인 베르나르도 부온탈렌티의 이름을 딴 이 동굴은 댄 브라운의 소설을 영화화한 '인페르노'에 등장한다.

[부온탈렌티 동굴 입구. 자연 종유석 동굴을 흉내 낸 인공 조형물이다.]

 

추적자들에게 쫓긴 로버트 랭던 일행이 정원 안쪽으로 피신하다가 급기야 마지막에 몸을 숨기는 곳이다.

이 곳은 마치 자연동굴의 종유석을 연상케 하는 흘러내리는 듯한 조형물들이 인상적인데, 벽을 타고 물이 흘러내리게 만들어 한여름 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구성됐다.

 

영화에서는 랭던 교수가 울타리를 넘어 안으로 들어가지만 마침 방문했을 때는 따로 개방하지 않아 들어가 보지 못했다.

따라서 아쉽지만 초입에서 들여다보는 수밖에 없다.

[천장에 그림을 그려 놓았고 벽을 타고 물이 흘러서 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구성됐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방이 있다고 한다.]

 

동물을 둘러보고 피티 궁전 쪽으로 되돌아 나오다 보면 오른편에 거북을 올라탄 인물 조각상을 볼 수 있다.

브라치오 디 바르톨로의 유명한 궁정 난쟁이 조형물이다.

 

이처럼 다양한 볼거리를 안고 있는 피티 궁전은 이탈리아 통일 후 1919년에 정부 자산으로 귀속됐다.

이후 박물관 겸 미술관으로 재개장돼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브라치오 디 바르톨로의 궁정 난쟁이 조각상. 피티 궁전 건물 오른편에 있다. 르네상스 시대 궁전에서는 일종의 노리개처럼 난쟁이를 권력자들 옆에 두기도 했다.]

 

피렌체 역사와 미술 등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피티 궁전은 우피치 미술관과 더불어 빼놓지 않고 들러봐야 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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