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하하하

울프팩 2010. 6. 13. 19:45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언제나 그렇듯 허허롭다.
영화 중간 어디서나 끊어도 이야기 전개에 지장이 없는 내러티브는 도대체 스토리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헷갈린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받은 '하하하'도 마찬가지.
캐나다로 떠나기 앞서 선배와 등산을 간 주인공이 청계산 중턱에서 막걸리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다.

영화는 주거니 받거니 건네는 술잔처럼 두 사람의 이야기를 오가며 진행된다.
화자의 관점은 둘이지만, 사실 그 둘이 풀어놓는 이야기는 같은 내용이다.

공교롭게 같은 기간 통영에 머문 두 사람은 서로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지만 같은 주변인물들을 공유하며 서로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봤던 것.
그렇게 같은 사건이 다르게 다가올 수 있는 것 또한 세상살이의 묘미요, 다양성의 증거다.

홍 감독은 늘 그렇게 별 것 아닌 일상성을 통해 세상살이의 묘미를 이야기한다.
그 허허로움이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기발하게 다가온다.

이번 작품에서도 마치 에피소드의 단락을 나누듯 툭툭 치고 들어오는 흑백 인서트 스틸과 병렬식으로 오가는 이야기를 통해 일상성의 허허로움을 조망한다.
언제나 그렇듯, 공들이지 않은 듯 두 사람의 옆모습만 집요하게 잡아대는 앵글도 마찬가지로 변함이 없다.

그래서 홍 감독의 영화는 재미있으면서도 어렵다.
허를 찌르는 유머와 기발함을 기대하다가 어느 순간 허망함에 혀를 차며 배신감을 느낄 때도 있기 때문이다.

'하하하'는 그런 영화였다.
재미있으면서도 부족한 유머와 모자른 기발함 때문에 씁쓸함이 묻어나는 영화다.

그래도 변함없는 그의 스타일을 보며 '역시 홍상수'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작품이었다.
그 점은 칭찬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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