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해변의 여인

울프팩 2006. 11. 21. 19:59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황당하면서도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기-승-전-결의 체계를 갖추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일반적인 드라마투르기와 다르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갑자기 시작해서 느닷없이 끝난다.
어느 시점을 사건의 시작 또는 절정, 끝이라고 집어내기 힘들다.

그냥 사람들의 하루를 툭 잘라내서 필름에 집어넣은 것처럼 심상한 삶을 보여준다.
이를 혹자는 '일상의 힘'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심드렁한 일상을 영상으로 붙잡을 수 있는 홍 감독의 특기라고 본다.

그의 일곱번 째 작품 '해변의 여인'(2006년)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는 작품 구상을 위해 서해안으로 떠난 감독이 그곳에서 어느 여인과 겪게되는 일상을 담고 있다.

그 속에서 굳이 의미를 찾자면 덧없는 욕망과 자신에 탐닉하는 이기적인 삶이 보인다.
그렇지만 철학하듯 영화를 보지않고 눈에 보이는 대로 보면 솔직하지 못한 사람들의 삶을 볼 수 있다.

오랜만에 고현정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었고 김승우, 김태우, 송선미의 배역도 좋았다.
생각보다 고현정의 연기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참으로 무성의한 화질이다.
전체적으로 화면이 뿌연 가운데 윤곽선이 또렷하지 못하다.
색이 번지는 곳도 많고 링잉과 잡티가 난무한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도 서라운드 효과가 거의 없다.
전방에 대사가 집중된 평면적인 사운드이며 배경음악에서만 간간히 리어가 울린다.

<파워DVD 캡처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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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 이어 김태우가 또다시 출연한다. 김태우가 홍 감독의 페르소나가 되는 것은 아닌지. 김승우가 전화하는 제작사 사장 목소리는 문성근이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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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이 된 곳은 서해안 신두리 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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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감독의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투 앤드 쓰리샷. 상대방 얼굴을 왔다갔다하며 보여주는 컷 없이 인물의 사이드에 카메라를 받쳐놓고 주고 받는 대사를 장시간 그냥 훑는다. 어찌보면 참으로 성의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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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조명도 무성의하다. 야외 로케가 많다보니 어쩔 수 없겠지만 배경과 하늘이 하얗게 날르기 일수고 실내 장면에서는 인물들의 얼굴이 곧잘 번들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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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카메라를 잡은 김형구 촬영감독은 홍 감독 영상의 특징을 이렇게 말한다. "트랙킹, 달리 등 카메라 움직임을 싫어한다. 트라이포드로 고정시킨 카메라를 좋아한다. 안정감을 얻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롱테이크가 많다. 그렇다보니 단조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줌 테크닉을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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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는 물론이고 미술팀도 없다. 느낌오는대로 풍경을 담기 때문에 인위적인 세팅을 피하고 지저분한 배경을 그대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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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두어번 보다보니 뜻밖에도 끌로드 를루슈 감독의 '남과 여'가 보인다. 회갈색의 배경, 스산하게 바람이 부는 인적 드문 해변을 거니는 남, 녀. 이야기의 전개방식과 메시지는 달랐지만 그 속에서 보인 것은 분명 '남과 여'의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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