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은 '성스러운 피'를 만든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나 '집시의 시간'을 만든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을 좋아했다.
이유는 "영화란 익숙한 것보다 낯선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가, 그의 작품은 보편적 시각으로 접근하면 더없이 낯설고 기이하다.
그의 12번째 작품 '활'도 마찬가지다.
바다 위에 폐선처럼 떠있는 배 위에서 생활하는 노인과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두 사람에 대한 일체의 설명 없이 그들의 생활에만 초점을 맞춘다.
이들에게는 활이 유일한 오락기구요, 악기이자 무기요, 생활의 수단이 된다.
김 감독이 활을 주요 도구로 선택한 이유는 한 가지, 시위처럼 팽팽한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를 나타내듯 영화가 끝나면 엔딩 크레디트가 오르기 전에 "팽팽함은 강인함과 아름다운 소리가 있다"라는 문구가 나타난다.
'빈 집' 이후 얌전해진 김 감독은 이 작품에서도 잔혹하거나 폭력적인 장면을 거의 넣지 않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처럼 사색적이고 선문답 같은 내용 속에 펼쳐지는 고즈넉한 영상은 그동안 김 감독의 작품을 지켜본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낯선 느낌을 준다.
한편으로는 너무 심심한 느낌이어서 '악어' '나쁜 남자' '섬'에서 보여준 강렬함이 그립기도 하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그저 그렇다.
잡티와 스크래치가 보이고 간혹 지글거리는 장면도 있다.
그렇지만 클로즈업의 해상도는 괜찮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지만 서라운드 효과가 많이 나타나지 않는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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