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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 / 블루레이

흑인 오르페

울프팩 2011. 1. 14. 17:10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오르페우스는 당대 최고의 명창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그는 음악의 신 아폴론과 예술의 신 무사이(뮤즈) 9자매의 막내인 현악기의 여신 칼리오페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수금인 리라를 켜며 노래를 즐겨 부르던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와 결혼을 한다.
어느날 꽃을 꺾으러 산에 오른 에우리디케는 우연히 꿀벌치는 청년 아리스타이오스가 호기심에 말을 붙여보려고 쫓아오는 것을 피해 달아나다가 독사를 밟아 죽고 만다.

그렇게 아내를 잃은 오르페우스는 몇날 며칠을 슬퍼하다가 저승으로 아내를 찾아간다.
어찌나 그의 노래와 연주가 슬펐던지, 산 사람은 통과시키지 않는다는 통곡의 강 아케론, 불의 강 플레게톤, 망각의 강 레테, 증오의 강 스틱스도 그만 그를 통과시키고 만다.

오르페우스는 저승의 신 하데스 마저도 빼어난 수금 연주와 노래로 감동을 시켜 아내를 되찾게 된다.
단, 저승을 나설 때까지 절대 뒤돌아 보지 말라는 조건이 붙는다.

그러나 오르페우스는 저승 문 앞에서 궁금증을 못견뎌 뒤를 돌아보았다가 아내를 영영 잃고 만다.
그후 오르페우스는 비탄에 젖어 뭇 여성들을 거들떠 보지 않고 오로지 수금만 탄다.

그러던 어느날, 축제와 사냥의 신 디오니소스 신도인 트라키아 처녀들이 광란의 축제를 마치고 돌아오다가 오르페우스를 발견한다.
트라키아 처녀들은 "여성을 모욕하는 사내"라며 돌을 던져 오르페우스를 죽이고 만다.
그렇게 오르페우스의 슬픈 사랑은 처참한 비극으로 막을 내린다.

프랑스 감독 마르셀 까뮈는 그리스의 유명한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이야기를 '흑인 오르페'(Black Orpheus, 1959년)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었다.
그러나 신화를 모티브로 이용하되 내용은 현대판으로 각색했다.

우선 주인공들부터 그리스가 아닌 브라질 빈민촌의 흑인들로 바뀌었다.
오르페우스는 기타 연주와 노래를 잘하는 전차 운전수로 둔갑했고, 광란의 축제는 리우 카니발로 변했다.

그리스 신화를 흑인들이 재현한다는 것이 말이 될까 싶지만, 매혹적인 검은 피부의 청년들이 뿜어내는 열정은 신화가 현재를 비추는 거울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신화를 현대판으로 절묘하게 해석한 점이 돋보이며, 브라질의 삼바 축제를 배경으로한 열정적인 춤과 음악이 스크린을 수놓는다.
특히 보사노바 음악의 대가인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과 루이즈 본파가 함께 만든 음악은 브라질 음악을 세계에 유행시키는 계기가 됐다.

무려 50년 전 작품이지만 가슴을 흔드는 감동은 변함이 없다.
결코 5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이 허명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명작이다.

4 대 3 풀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의 화질은 많이 떨어진다.
끊임없이 지글거리고 온갖 잡티가 난무한다.

그래도 이 작품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이 반가운 타이틀이다.
깨끗한 화질의 블루레이로 다시 나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모노를 지원하며, 부록은 전무하다.
한글 자막에 오자가 여러군데 보인다.

<파워DVD로 순간 포착한 DVD 타이틀의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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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루이즈 본파가 작곡한 주제가 '카니발의 아침'(Manha de Carnaval)이 크게 히트했다. 애잔한 선율의 이 주제가는 국내 FM 영화음악 시간에 자주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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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촬영. 고대 로마의 수도를 본따서 1750년에 건설된 카리오카 수도교. 길이 270m, 높이 18m의 이 수도교는 수원지에서 리우데자네이루 서쪽 산타테레자 언덕까지 물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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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페를 연기한 브레노 히지노 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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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리디케를 연기한 마르페사 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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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페우스와 괴한의 싸움은 에우리디케를 데려가려는 운명과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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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작품은 브라질의 시인 비니시우스 지모라에스가 극본을 쓴 연극을 영화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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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페우스가 죽은 에우리디케의 혼을 부르러 가는 장면의 계단은 그리스 신화에서 모루가 9일 동안 떨어져야 닿을 수 있는 깊은 곳에 위치한 저승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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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페의 복장은 그리스 신화 속 사람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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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리디케를 시기해 오르페를 미워하는 여인은 신화 속에서 오르페우스를 찢어죽인 광란의 트라키아 처녀들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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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영화는 신화처럼 비극으로 치닫는다. 이 작품은 프랑스, 브라질, 이탈리아 합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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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페가 가고 난 뒤 아이들은 그의 기타를 연주하며 다시 희망의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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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페와 에우리디체를 주인공으로 한 그리스 신전의 돋을새김으로 끝나는 엔딩이 인상적이다. 이 작품은 99년에 카를로스 디에구에스 감독이 '오르페우'란 제목으로 리메이크했다.
흑인 오르페 - "Manha de Carna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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