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고호경 2

조용한 가족(블루레이)

영화 '조용한 가족'(1998년)은 잔혹코믹극을 표방한 김지운 감독의 데뷔작으로, 그의 작가적 역량을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다. 잔혹코믹극이란 무섭고 끔찍한 내용이지만 뜻하지 않은 상황이 가져오는 부분 때문에 역설적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영화를 말한다. 예를 들어 절벽에서 떨어질 뻔한 순간에 아슬아슬하게 나뭇가지를 움켜잡아 한 숨 돌렸는데 우지직 하면서 나뭇가지가 부러지거나, 킬러가 지각을 하는 바람에 엉뚱한 사건이 벌어지는 식이다. 그만큼 김 감독은 상충되는 웃음과 공포의 순간을 병치하는 영리한 구성으로 반전을 꾀하며 기발한 재미를 줬다. 어찌보면 이는 곧 예상하지 못했던 트릭이기도 하지만 기분좋게 웃을 수 있는 장난같은 속임수다. 이런 트릭이 통할 수 있었던 것은 잘 꿰어맞춘 이야기의 연결성 덕분이다. ..

반칙왕 (블루레이)

1970년대 흑백 TV 시절 최고의 스포츠 중계방송은 단연 프로레슬링이었다. 레슬링이 있는 날이면 집으로 뛰어들어와 책가방을 던져두고 TV 앞으로 달려갔던 기억이 난다. 김일, 여건부, 천규덕 등은 당대 최고의 영웅이었고 상대적으로 일본의 이노키 선수는 최고의 악당이었다. 레슬링 인기가 얼마나 높았던지, 일본에서 만든 '타이거마스크'라는 TV 만화영화도 들여와 방송했다. 김지운 감독의 '반칙왕'(2000년)은 과거 레슬링에 대한 향수가 어린 작품이다. 특이하게도 70년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으나 지금은 쇠락한 프로레슬링을 통해 현대인들의 꿈과 삶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만큼 웃음과 페이소스가 공존하는 작품이다. 그다지 유능하지 못한 은행원(송강호)이 어느 날 우연히 레슬링 도장을 발견하고 어린 시절 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