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La Dolce Vita)

'곽경택'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6/07/03 태풍 by 울프팩 (2)
  2. 2005/06/03 친구 (UE) by 울프팩 (4)
비추천 DVD2006/07/03 05:39 Posted by 울프팩

곽경택 감독은 '친구'에 그가 가진 모든 능력을 소진한 모양이다.
그 후에 나온 '챔피언' '똥개' 등에서는 더 이상 '친구'처럼 동시대를 산 사람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거나 감정선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보이지 않는다.

'태풍'(2005년)도 마찬가지다.
남과 북으로 갈린 조국의 아픔을 전달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지만 감정과잉의 신파 드라마처럼 보인다.

'배달의 기수'를 보는 듯한 교과서적인 군인들의 대사나 탈북자들의 이야기, 해적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주인공의 고난사가 민족의 아픔으로 승화되지 못한 채 소소한 에피소드에 머물기 때문이다.
곽감독은 실향민인 아버지에게서 영화 제작의 동기를 찾았다고 하는데 과연 한국전쟁을 겪은 실향민들이 영화를 보면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지 의문이다.

무려 180억원이 넘게 들어간 제작비는 도대체 어디에 쓰였는 지 돈 쓴 흔적을 쉽게 발견하기 힘들다.
태국과 러시아의 이국적인 풍물을 제대로 잡아낸 것도 아니고 '타이타닉'이나 '포세이돈 어드벤처'처럼 입이 딱 벌어지는 해양 액션을 선보인 것도 아니다.
이쯤되면 감독의 연출력을 탓할 수 밖에 없다.

비단 '태풍'만의 문제가 아니라 '태극기 휘날리며'도 그렇고 분단 민족의 비애를 다룬 작품들은 '쉬리'이후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영화에서 다루려는 주제가 '친구'처럼 선험적 정서가 아닌 피상적 감상에 머물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길이 우리 감독들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생각한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는 무난한 화질이다.
살짝 링잉이 나타나고 암부 디테일도 떨어지지만 별다른 노이즈는 없다.

DTS를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돋보인다.
특히 묵직한 저음은 부밍이 일 정도이며 총소리는 집이 울릴 만큼 요란하다.
다만 음성해설에서 영화 대사음이 너무 커서 곽감독과 이정재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게 흠이다.

<파워 DVD 캡처 샷>

시작은 제법 요란하다. 그렇지만 국가의 기밀무기를 허름한 수송선으로 운반하는 것부터 이를 해결하는 작전까지 쉽게 납득하기 힘든 상황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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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씬을 맡은 장동건은 이번 작품을 위해 7kg을 감량하고 수상동력기 조종면허까지 취득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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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은 태국의 크라비,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 등 여러 군데서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이국적인 정취가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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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 런스 딥'으로 처음 얼굴을 알린 데이비드 맥기니스는 이 작품에서 장동건을 돕는 해적 쏨차이로 등장한다. 배역이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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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이 된 탈북청년 장동건을 쫓는 해군 대위 역의 이정재는 바른 군인역할을 열심히 소화했으나 '배달의 기수'같은 촌스러운 대사 때문에 빛을 못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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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뒤덮을 핵폐기물을 싣고 있는 폐선박 '태풍'호는 40명의 인부들이 1주일 동안 녹이 슨 표현을 일일이 물감으로 입혀서 만들었다. 국제해양법상 영화처럼 녹이 슨 선박은 운항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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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작전에 동원되는 헬기와 막판 구축함 등은 사실 모두 태국군 소유다. 태극마크는 미술팀이 그려서 붙였고 구축함의 태극기는 CG로 태국 국기를 고쳐서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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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폐기물을 가득 담은 헬륨 풍선은 CG가 아닌 실사 촬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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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에 휩쓸린 선박 속 결투는 시뮬레이터에 쓰이는 짐벌 위에 400평 규모의 세트를 올려놓고 상, 하, 좌, 우로 흔들며 촬영했다. 쏟아지는 폭우는 지하수를 퍼올려 비처럼 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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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을 습격한 해군 특공대의 전투 장면은 화재 위험 때문에 실제 선박이 아닌 세트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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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실제 태풍과 인연이 깊다. 태국 촬영이 끝나고 철수한 다음날 서남아시아를 강타한 쓰나미가 몰아쳤다. 곽 감독은 "운이 좋았다"며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소름이 돋는다"고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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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2005/06/03 23:17 Posted by 울프팩

어제 오랜만에 비가 내렸다.
비를 보면 떠오르는 영화가 2편 있는데, 하나는 프랑스 영화 '빗속의 방문객'이고 하나는 바로 곽경택 감독의 '친구'다.

안타깝게도 '빗속의 방문객'은 프랑스에서도 아직 DVD가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다.
그렇지만 우리 영화중에 가장 좋아하는 '친구'는 DVD로 갖고 있기에 비가 오면 자주 보게 된다.

나는 '친구'와 관련해 두 가지 기억을 갖고 있다.
모두 사람에 대한 기억이고, 그것도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다.
한 사람은 영화를 찍은 황기석 촬영감독이고, 또 한 사람은 바로 유오성이다.

2003년 여름, 강남의 오피스텔에서 황기석 촬영감독을 만났다.
당시 그가 작업실로 쓰던 오피스텔에는 '친구'의 조감독이었던 안권태 감독이 와서 입봉작인 '우리 형'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었다.

뜬금없이 찾아온 나에게 그는 촬영감독들이 즐겨 본다는 미국의 영화잡지를 하나 내밀었다.
바지를 둘둘 말아올린채 물에 들어가서 어딘가를 바라보는 노인네 사진이 표지였다.

황감독은 빠른 말투로 사진을 가리키며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가 바로 '아메리칸 뷰티' '내일을 향해 쏴라' '로드 투 퍼디션' 등을 찍은 콘래드 홀 촬영감독이었다.

그가 좋아하는 콘래드 홀이나 황감독이나 모두 빛에 민감한 사람들이다.
아닌게 아니라, 황감독은 그날 조명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의 얘기를 듣고 집에 와서 '친구'를 다시 보니 느낌이 확연하게 달랐다.
황감독은 그렇게 '친구'를 다시 발견하게 만들어준 장본인이다.

유오성은 '친구' DVD와 관련이 있다.
어느날 아내가 금속 케이스로 제작돼 제법 묵직한 '친구' Ultimate Editon DVD를 들고 나갔다.
책, 음반, DVD 등을 절대 안빌려주는 것을 잘 아는 아내가 DVD를 들고 나갔으니 궁금했다.

그날 방송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가 '친구' DVD를 건네줬다.
안그래도 궁금하던 차에 받아서 케이스를 열어보니, 내부 케이스에 유오성의 사인이 있었다.

아내가 담당하던 TV프로에 유오성이 출연하게 돼서 내 얘기를 하며 서명을 해달라고 부탁을 했단다.
남편이 '친구'를 너무 좋아해서 사인을 받아가면 아주 기뻐할 거라고...
그 얘기를 들은 유오성이 좋아하며 여기저기 사인을 해주었단다.
사인을 해준 유오성도 고마웠지만 아내의 예쁜 마음씨가 더 고마웠다.

지금도 '친구' DVD 케이스를 열면 눈 앞에 가득 펼쳐지는 유오성의 사인 위로 아내의 고마운 마음이 보인다.
그래서 '친구'를 더 좋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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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으로 제작된 '친구' UE DVD의 아웃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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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일부러 출근 길에 들고나가 받아온 유오성의 사인.

<파워 DVD 캡처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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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독특한 질감은 황기석 촬영감독이 실버 리텐션 기법을 사용해서 만들었다. 실버 리텐션이란 필름 현상과정에서 은입자를 씻어내지 않고 남겨두는 것으로, 명암이 강조되며 색감은 약간 탈색된 듯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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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이 하나 하나 보이는 이 장면은 샤프니스를 강조하는 개각도 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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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은 미국에서 뮤직비디오를 곧잘 찍은 황감독이 뮤직 비디오 기법인 더블타임 플레이백이라는 방법으로 촬영했다. 더블타임 플레이백은 사람이 평소보다 2배빠른 속도로 노래를 부르고 카메라 역시 2배빠른 48프레임 속도로 촬영한다. 이를 정상 속도로 재현하면 노래는 정상 속도로 나오는데 동작은 슬로 모션이 된다.
로버트 팔머의 노래가 흐르는 가운데 배우들이 질주하는 이 장면도 뮤직 비디오에 자주 쓰이는 프리즈 프레임을 썼다. 프리즈 프레임이란 갑자기 정지화면처럼 그림이 멈추는 것. 이를 위해 황감독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현장 편집기를 동원, 현장 편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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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최대 발견은 장동건이다. 유오성은 기대한 만큼 제 몫을 톡톡히 했고 장동건은 기대 이상을 했다. 그저 잘 생긴 줄만 알았던 장동건이 저런 카리스마를 뿜어낼 줄은 몰랐다. 실로 대단하다는 말이 아깝지 않을 만큼 열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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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촬영을 위한 기본 컨셉은 투샷이다. 언제나 프레임 안에는 두 사람이 가득하다. "액션보다는 사람의 관계를 강조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였다"는게 황감독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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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묵었다, 고마해라." 이때 쏟아지는 비 사이로 뤽 베야르의 음악이 흘렀고 칼날이 장동건의 몸을 파고들던 소리는 천둥처럼 극장을 울렸다. 그야말로 음악과 그림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명장면이었다. 그림에서는 비가 쏟아졌지만 사실 촬영당시에는 햇빛이 강해서 10미터짜리 실크 스크린을 친 뒤 비를 뿌리고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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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석의 카메라는 마치 배우와 대화하는 것 같다. 칼을 맞고 천천히 넘어가는 장동건의 몸을 따라 카메라도 45도로 쓰러진다. 비에 쓸린 핏물은 마치 위로 흐르는 것처럼 배수로로 쏟아져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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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택 감독이 촬영을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는 장면. 실화인 만큼 옛 생각이 났으리라. 저 장면은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해가 간다. 친구를 처음 면회간 날 심정은 참으로 참담했다. 특히 친구의 눈에 가득 고인 눈물은 천마디 말보다 더 가슴을 쓰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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