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남아프리카공화국 4

레지던트 이블6 파멸의 날(4K 블루레이)

폴 앤더슨 감독의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Resident Evil: The Final Chapter, 2016년)은 15년간 이어온 시리즈의 종지부를 찍은 6번째 작품이다. 제목따라 간 내용은 특별할 게 없다. 인류의 마지막 희망으로 남은 앨리스가 사람들을 좀비로 만든 바이러스를 퇴치할 백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구하기 위해 사건이 시작된 라쿤시티로 다시 돌아가 악당들을 물리치는 내용이다. 결국 앨리스는 백신을 구해 인류를 종말의 위기에서 구해내고 자신의 운명 또한 새롭게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좀비떼들을 마구잡이로 도살하는 과정은 이전 시리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새로운 것이 있다면 강력해진 엄브렐라사의 악당들과 벌이는 싸움이다. 여기에 우리 배우인 이준기가 악역을 맡아 ..

디스트릭트9(4K 블루레이)

닐 블롬캠프 감독의 장편 데뷔작 '디스트릭트9'(District9, 2009년)은 외계인이 등장하는 영화중에 가장 정치적인 작품이다. 영화는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 한 켠에 격리수용돼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속 외계인은 지금까지 영화에서 봤던 외계인들처럼 강력한 존재가 아니다. 그저 힘없고 가진 것 없는 빈자의 무리일 뿐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공포의 대상이다. 결코 물리적 힘이 아닌 남아프리카공화국 서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경제적 공포를 내재한 존재들이다. 감독은 이를 통해 지구 곳곳에 배어있는 차별과 소외에 대해 이야기한다. 남아공에 불시착한 외계인들은 차별과 소외를 당하며 지구인들에게 공포를 느끼고, 지구인들은 그들에게 막연한 경제적 공포감을 느낀다. 부자들에게는..

서칭 포 슈가맨(블루레이)

말릭 벤젤룰 감독의 '서칭 포 슈가맨'(Searching for Sugar Man, 2011년)은 대단히 놀랍고 신비한 이야기로 가득찬 다큐멘터리다. 이 영화는 세상에서 완전히 잊혀진 존재가 어느 곳에서는 자신도 모르는새 세상을 바꾼 슈퍼 영웅이 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야기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웨덴 TV에 보낼 만한 이야기거리를 찾아 남미와 아프리카를 여행하던 벤젤룰 감독은 우연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에서 만난 한 음반점 주인으로부터 놀랄만한 이야기를 들었다. 흑백 인종차별로 유명했던 1970년대 남아공에 미국 가수인 시스코 로드리게스라는 가수의 노래가 급속도로 전파됐다. 'Sugar man'을 대표로 하는 그의 음반 'Cold Fact'는 인종 탄압에 짓눌려 있던 사람들의 ..

캐치 어 파이어

필립 노이스 감독의 '캐치 어 파이어'(Catch A Fire, 2006년)는 198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룬 실화다. 피상적으로만 알려진 흑백 인종차별 문제가 실제로 얼마나 심각했는 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 중요한 것은 흑인과 백인의 대립이 아니라 한 사람이 정치적 인간으로 거듭나는 과정이다. 인종차별정책 등 정치는 일부러 멀리하고 오로지 가족의 생계만 챙겼던 패트릭 차무소는 뜻하지 않은 일을 겪으면서 저항조직의 투사로 변신한다. 패트릭 차무소를 변하게 한 것은 끊임없이 저항을 부르짖은 반정부 단체가 아니라 공포 정치를 펼친 백인들이었다. 엉뚱하게 테러범의 누명을 쓰고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고 풀려난 패트릭은 그때부터 살기 위해 저항조직을 스스로 찾아간다. 지금처럼 무기력하게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