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니콜라스 케이지 16

매치스틱맨(블루레이)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매치스틱맨'(Matchstick Men, 2003년)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 영화다. 그럴듯한 작전을 세워 남의 돈을 가로채는 사기꾼 얘기를 다룬 이 작품은 에릭 가르시아의 책이 원작이다. 주인공은 파트너와 함께 오랜 세월 사기를 벌여 한 밑천 장만한 고참 사기꾼(니콜라스 케이지)이다. 워낙 꼼꼼하고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 어지간한 사람들은 쉽게 속아 넘어간다. 단점이 있다면 더러운 것을 참지 못하는 강박증을 앓고 있다는 것. 약을 먹지 않으면 좀처럼 신경이 안정되지 않아 사기는 고사하고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다. 그런 그에게 오래전 이혼한 아내가 키우던 말괄량이 딸이 찾아온다. 그때부터 뜻하지 않게 아버지가 된 주인공의 일상이 뒤죽박죽 꼬이기 시작한다. 리..

로드 오브 워(블루레이)

앤드류 니콜 감독의 '로드 오브 워'(Lord of War, 2005년)는 베일에 가려진 국제 무기 밀매상들의 이야기다. 실제 무기 밀매상 5명을 만나서 그들의 실화를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사실적인 묘사와 적절한 풍자, 유머를 섞어 실감나고 재미있게 그렸다. 특히 세계 최대의 무기 거래상이 미국 대통령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정치적인 대사들이 돋보인다. 적당히 유머러스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이런 대사들은 때로는 다큐멘터리식의 직접 화법보다 드라마로 구성한 간접화법이 더 좋을 때도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다. 그렇기에 '볼링 포 콜럼바인'보다 더 재미있고 설득력 있다. 앤드류 니콜 감독은 '가타카'의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으며 '트루먼쇼'의 제작과 각본을 담당했다. 모두 사람들의 진실된 삶을 돌아보게 만..

럼블피쉬

럼블피쉬로 부르는 태국의 샴 투어라는 물고기는 화려한 외양을 갖고 있지만 지독한 싸움꾼이다. 같은 종자가 눈에 보이면 달려 들어 죽을 때 까지 싸운다. 그래서 이 물고기를 키울 때에는 한 어항에 한 마리씩 따로 키워야 한다. 심지어 어항 너머로 다른 럼블피쉬가 보여도 어항을 들이받다가 죽을 정도로 투지가 넘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태국은 샴 투어를 수출해 한 해 1조4,000억원을 벌어들인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만든 '럼블피쉬'(Rumble Fish, 1983년)는 반항적인 10대들을 이 물고기에 비유해 그린 영화다. 끓는 피를 주체 못해 또래들과 싸움을 벌이며 방황하는 미국 청춘들의 모습을 거친 영상에 담아낸 작품. 내용보다는 출연하는 배우들에 눈이 더 간다. 맷 딜런, 다이안 레인, 미..

아리조나 유괴사건 (블루레이)

1984년 '블러드 심플'로 데뷔한 코엔 형제의 영화는 언제나 특이한 소재로 허를 찌르는 것이 특징이다. 그들의 두 번째 작품 '아리조나 유괴사건'(Raising Arizona, 1987년)도 마찬가지. 아기를 낳지 못하는 부부가 아이가 많은 집에서 아기를 유괴해 키우는 이야기다. 부부의 조합도 특이하다. 어수룩한 전과자가 남편(니콜라스 케이지)이고, 전직 경찰이 부인(홀리 헌터)이다. 여기에 탈옥한 남편의 친구가 찾아오고 수류탄으로 무장한 현상금 사냥꾼이 아기를 잃은 부모를 대신해 추적에 나서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언뜻보면 무시무시하고 심각할 것 같지만 내용은 요절복통 코미디로 흐른다. 아기를 유괴하는 과정이나 아기를 위해 강도짓을 할 때, 탈옥한 죄수 및 현상금 사냥꾼과 싸울 때도 뜻하지 않은..

킥애스 (블루레이)

마블코믹스에서 나온 유명한 만화 '원티드' '시빌 워' '마블나이츠 스파이더맨' 등의 줄거리를 쓴 원작자 마크 밀러는 청소년 시절 열심히 운동을 했다. 왜? 배트맨이나 슈퍼맨같은 슈퍼히어로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남들은 의사, 변호사, 과학자 등 구체적 희망을 설계할 때 그의 꿈은 슈퍼히어로였다. 꿈만 꿨던 것이 아니라 친구와 열심히 헬스클럽을 다니며 운동한 뒤 밤이면 그가 살던 영국의 작은 마을을 순찰을 돌았다. 워낙 조용한 마을이어서 별탈이 없었지만 흉악범이라도 만났다면 체구가 작았던 그는 맞아죽었을 지도 모른다고 어린 시절을 술회했다. 당시 마크 밀러는 친구와 순찰을 돌며 의문을 품었다. "사람들은 슈퍼히어로 물을 즐기면서 왜 아무도 슈퍼히어로를 따라하지 않는가." 누군가 복면을 쓰고 슈퍼히어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