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등려군 2

태풍이 지나가고(블루레이)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감독의 영화는 잔잔한 일상을 통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태풍이 지나가고'(海よりもまだ深く, 2016년)도 그런 영화다. 유명 작가를 꿈꾸며 사립 탐정사무소에서 일하는 료타(아베 히로시 阿部寛)가 태풍이 닥친 날 어머니(키키 키린 樹木希林)의 집에서 헤어진 아내(마키 요코 真木よう子), 아들과 함께 보내며 일어나는 일상을 다뤘다. 료타는 한때 촉망받는 작가였지만 도박으로 돈을 날리면서 결국 아내와 이혼하고 탐정 일을 하는 친구(릴리 프랭키 Lily Franky) 사무소에서 보조로 근근이 먹고사는 처지다. 마침 어머니의 집에 들렀다가 태풍을 만나면서 료타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되짚어 보게 된다. 이 작품에는 경제적으로 무능한 남자들이 등장한다. 주인공 료타는 도박으로 재..

첨밀밀 (블루레이)

진가신 감독의 '첨밀밀'(甛蜜蜜, 1996년)은 홍콩 영화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은 영화다. 이전까지 홍콩영화라면 '영웅본색' 같은 홍콩느와르나 '취권' '외팔이' 시리즈 같은 무협물을 우선 떠올렸다. 그러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홍콩영화도 잘 만든 드라마로 승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1986년부터 1996년까지 10년 동안 홍콩과 미국 뉴욕에서 벌어진 일을 다룬 이 작품은 두 남녀의 안타까운 사랑을 다뤘다. 개방화 물결이 밀려든 중국에서 돈을 벌기 위해 홍콩으로 건너간 남자가 우연히 한 여인과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다. 남자에게는 중국 본토에 결혼을 약속한 여인이 있고, 홍콩서 만난 또다른 여인은 어떻게든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결코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