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레슬링 2

폭스캐처 (블루레이)

1996년 1월26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살인 사건이 미국에서 일어났다. 한 중년 남성이 또다른 남성을 아무 이유없이 권총으로 쏴 죽인 것이다. 요즘으로 말하면 '묻지마' 살인이다. 놀라운 것은 사건보다 피해자와 범인이다. 피해자는 LA올림픽 레슬링 부문 금메달리스트인 데이브 슐츠. 살해범은 놀랍게도 억만장자인 존 듀폰이었다. 바로 케블러라는 특수섬유를 개발한 세계적인 화학기업 듀폰의 창업주 4대손이다. 레슬링을 좋아해서 미국 레슬링협회를 적극 후원했던 존 듀폰은 엄청난 규모의 펜실베니아 자택에 레슬링 훈련장을 지어놓고 사설 레슬링팀까지 운영했다. 뿐만 아니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데이브 슐츠를 코치로 초빙해 88 서울올림픽에 출전한 사설 레슬링팀의 훈련을 맡겼다. 그런데 왜 존 듀폰은 갑자기 데이..

반칙왕 (블루레이)

1970년대 흑백 TV 시절 최고의 스포츠 중계방송은 단연 프로레슬링이었다. 레슬링이 있는 날이면 집으로 뛰어들어와 책가방을 던져두고 TV 앞으로 달려갔던 기억이 난다. 김일, 여건부, 천규덕 등은 당대 최고의 영웅이었고 상대적으로 일본의 이노키 선수는 최고의 악당이었다. 레슬링 인기가 얼마나 높았던지, 일본에서 만든 '타이거마스크'라는 TV 만화영화도 들여와 방송했다. 김지운 감독의 '반칙왕'(2000년)은 과거 레슬링에 대한 향수가 어린 작품이다. 특이하게도 70년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으나 지금은 쇠락한 프로레슬링을 통해 현대인들의 꿈과 삶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만큼 웃음과 페이소스가 공존하는 작품이다. 그다지 유능하지 못한 은행원(송강호)이 어느 날 우연히 레슬링 도장을 발견하고 어린 시절 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