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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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모스트 훼이모스(4K)

끊임없이 지글거리며 튀는 판, 그럼에도 이를 구하지 못해 안달하며 세운상가로, 청계천으로 백판을 찾아 헤매던 1970~80년대 추억을 갖고 있다면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올모스트 훼이모스'(Almost Famous, 2000년)를 보면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이 영화는 록 밴드의 순회공연을 쫓아다니며 이를 기사화하려는 아마추어 프리랜서 리포터의 이야기다. 실제로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영화화한 작품. 레드 제플린, 블랙 사바스 등 한때 열광했던 밴드들의 이름이 나오면 옛 친구를 만난 듯 반갑다. 주인공이 그랬듯, 록의 저항과 자유정신을 찾아 음악에 빠졌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록 밴드의 모습이 무대 위 모습처럼 무조건 멋있는 것만은 아니다. 영화는 광팬을 자처하며 '그루피'로 ..

유라이어힙 'The Magician's Birthday Party' 라이브 DVD

고교 시절 카세트테이프로 구입했던 영국 프로그레시브 록밴드 유라이어힙의 앨범 'Look at Yourself'는 커버 디자인이 독특했다. 위쪽에 두 개의 눈을 그려 놓았는데 정작 가운데 아무것도 없이 네모난 공간만 표시돼 있었다. 디자인이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원판 LP를 보고 감탄했다. 카세트테이프에 비어 있던 중심에 거울처럼 반사되는 은박 재질이 붙어 있었다. 타이틀처럼 LP를 들고 있는 사람을 비춰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 앨범은 당시 FM 라디오에서 틀어준 불후의 명곡 'July Morning'을 우연히 듣고 구입하게 됐다. 당시 키보드와 기타가 현란하게 주고 받는 멜로디에 홀딱 반해서 앨범을 구입한 뒤 이 노래를 마르고 닳도록 들었다. 'July Morning'은 곡 제목 때문에 특히 ..

락 오브 에이지 (블루레이)

1980년대는 하드록, 특히 헤비 메탈의 시대였다. 80년대 초반 치기어린 고교생 시절, 아이들은 가요나 팝을 들으면 부끄러워했고 록이나 메탈을 들어야 음악 좀 듣는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 바람에 '빽판' 장사들만 돈을 벌었다. 록이나 메탈은 워낙 국내에 금지곡이 많아 라이센스반은 여러 곡이 잘린 채 출반됐기 때문에 주로 황학동이나 세운상가 등을 뒤져 음질은 나쁘지만 금지곡이 온전히 수록되고 가격도 싼 백판들을 주로 샀다. 그만큼 80년대는 록이 인기를 끌었다. 가뜩이나 암울했던 시절, 들끓는 청춘의 에네르기를 달래기에는 폭발적인 록 사운드만한게 없었기 때문. 아담 쉥크만 감독의 뮤지컬 영화 '락 오브 에이지'(Rock of Ages, 2012년)는 LA 메탈이 득세하던 1987년 할리우드의 선셋스트립을..

폭력교실

리차드 브룩스 감독의 영화 '폭력교실'(Blackboard Jungle' 1955년)은 영화사에 이정표가 되는 작품이다. 많은 사람이 들으면 알 만한 빌 헤일리의 노래 'Rock Around The Clock'을 주제가로 사용해 영화 사상 최초로 록 음악을 주제가로 쓴 영화가 됐다. 당시 록 음악은 기성세대에게 경박하고 반항적인 젊은이들의 음악이었다. 음악만큼 영화 내용 역시 지금 다시 봐도 파격적이다. 뉴욕 빈민가 학교에 새로 부임한 영어 선생(글렌 포드)이 불량 학생들을 교화하는 내용이다. 선생의 노력으로 문제아들이 교화된다는 지극히 계몽적인 영화지만 단순 도덕 교과서 같은 얘기에 국한하는게 아니라 대사나 에피소드들이 1950년대 미국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제목처럼 영화 속 문제아들은..

게리 무어와 친구들 'One Night in Dublin' Live (블루레이)

게리 무어(Gary moore)는 아일랜드 록 기타리스트 중에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이다. 1952년생인 그는 벨파스트에서 태어나 69년 스키드 로우라는 밴드에서 활동했다. 이후 자신의 이름을 딴 게리 무어 밴드, 콜로세움 등에서 활동했지만 정작 그가 유명해진 것은 친구인 필 리노트와 함께 록밴드 씬리지에 몸담았을 때였다. 특히 그가 참여한 씬리지의 'Black Rose' 앨범은 밴드 최고의 명반으로 꼽힌다. 그는 씬리지 투어에도 참가하는 등 필 리노트와 가깝게 지냈는데, 86년 1월4일 필 리노트가 폐렴으로 사망하며 더 이상 함께하지 못했다. 이 라이브는 필 리노트의 56번째 생일인 2005년 8월20일 더블린의 포인트 시어터에서 필 리노트를 추모하며 가진 헌정 공연이다. 게리 무어가 주축이 돼서 예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