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모튼 틸덤 2

패신저스(4K 블루레이)

끝이 없다는 것은 공포다. 모튼 틸덤 감독의 '패신저스'(Passengers, 2016년)는 이를 잘 보여주는 영화다. 이 작품은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한 공상과학(SF)물이다. 120년간 동면상태로 우주선에 탑승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새로 정착할 별을 찾아 머나먼 우주로 떠난다. 그런데 당초 계획과 달리 동면장치 고장으로 주인공인 짐(크리스 프랫)이 90년 일찍 깨어난다. 졸지에 그는 다른 승객들과 달리 홀로 우주선에서 늙어 죽어야 할 판이다. 우주선을 조종할 수도 없고 다시 동면장치를 작동시킬 수도 없다. 그의 앞에는 끝모를 우주만 펼쳐져 있을 뿐이다. 망망대해처럼 우주는 평온하고 고요하지만 끝이 없다는 점에서 공포의 또다른 이름이다. 짐은 중간에 깨어난 또다른 여성 승객 오로라(제니퍼 로렌스)를 만나..

이미테이션 게임(블루레이)

인류의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한 앨런 튜링은 비운의 천재였다. 그는 사실상 세계 최초의 컴퓨터를 만들었고 인공 지능을 연구했으며 인지 과학을 시작했다. 하지만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화학적 거세를 당했고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려졌다'라고 쓴 이유는 경찰 발표 등을 보면 청산가리를 이용한 자살이 유력하지만 독살당했다는 음모론 또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극적인 죽음 이후에도 그는 수십 년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의 업적이 제2차 세계대전의 승패를 가를 만큼 커다란 기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워낙 중요한 국가 기밀이어서 노출할 수 없었다. ◇튜링의 삶을 다룬 정교한 드라마 모튼 틸덤 감독의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 2014년)은 바로 이러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