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배창호 3

꼬방동네 사람들(블루레이)

이동철의 동명 소설을 배창호 감독이 영화로 만든 '꼬방동네 사람들'(1982년)은 1970~80년대 궁핍한 삶을 살았던 도시 빈민들의 이야기를 핍진하게 그려낸 한국적 리얼리즘 영화다. 본명이 이철용인 작가 이동철은 빈민가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하고 한쪽 다리를 저는 바람에 제대로 된 직업도 갖지 못했다. 결국 어려서 자란 창녀촌에서 좀도둑질과 펨푸 등 양아치 노릇을 하며 살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려 도시 빈민 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런 경험을 살려 자전적 소설 '어둠의 자식들'을 펴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고 국회의원까지 지냈다. 그의 소설들은 이장호 감독의 '어둠의 자식들' '바보 선언' 등 여러 편의 영화로 제작됐다. 배 감독도 '어둠의 자식들' 촬영 때 조감독을 하며 이동철을 알게 된 인연으로 ..

개그맨(블루레이)

이장호, 김수용 감독의 연출부를 거쳐 배창호 감독의 조감독을 오랫동안 한 이명세 감독은 우여곡절 끝에 감독으로 입봉 했다. 나름 참신한 아이디어로 공들여 쓴 시나리오를 제작사 여러 곳에 보여줬으나 모두 거들떠보지 않았다. 소설가 최인호는 호평했으나 정작 제작사들은 무명의 신인에게 영화를 맡길 생각이 없었다. 할 수 없이 배창호 감독에게 상의한 결과 직접 영화를 만들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렇게 연출한 데뷔작이 바로 '개그맨'(1988년)이다. 내용은 영화감독을 꿈꾸며 극장식당 카바레에서 일하는 무명의 개그맨 이종세(안성기)가 배우를 꿈꾸는 이발사 문도석(배창호), 극장에서 건달들에게 쫓기다 구출된 여인 오선영(황신혜)을 만나 은행을 터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1970년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종대와 문도..

기쁜 우리 젊은 날

1987년은 격변의 해였다. 연초부터 "책상을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더라"는 궤변으로 시작된 서울대생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이 불거지더니, 급기야 6.10 민주항쟁으로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여세를 몰아 찌는 듯이 덥던 여름, 우리 민주화운동의 기념비적 사건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즉 전대협이 결성돼 학생운동의 중심이 됐다. 그 혼란의 와중에 조용한 멜로드라마 한 편이 개봉해 세상사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줬다. 바로 배창호 감독의 '기쁜 우리 젊은 날'(1987년)이었다. 순수하다못해 쑥맥같은 청년이 한 여인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인데, 신파로 빠지지 않고 가벼운 코미디 풍으로 처리해 높은 흥행 성적을 거뒀다. 당시 뜨거운 청춘이었던 만큼,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 순수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