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배트맨 14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그 리그(4K)

잭 스나이더(Zack Snyder) 감독은 2017년 스무 살 된 딸이 자살로 세상을 떠난 비극을 겪었다. 그 바람에 한창 찍고 있던 영화 '저스티스 리그'의 감독을 그만뒀다. 바통을 이어받은 조스 웨던(Joss Whedon) 감독은 스나이더 감독이 촬영한 영상 가운데 25%가량만 사용하고 나머지를 새로 찍었다. 그 바람에 영화는 원래 만들려던 내용과 크게 달라졌다. 특히 스나이더 감독이 찍은 액션 장면의 상당 부분이 사라지면서 좀 더 경쾌하게 변했다. 원래 DC코믹스 계열의 작품들이 어두운 분위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원작 분위기와 맞지 않는 영화가 돼 버린 셈이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스나이더 감독은 원래 자신이 찍었던 영상을 재편집하고 일부 영상을 따로 찍어 새로운 영화를 만들었다. 그것이 감..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4K 블루레이)

배트맨과 슈퍼맨의 싸움은 바다거북이와 조오련의 대결만큼이나 슈퍼 히어로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얘깃거리였다. 초등학교 때인 1970년대 국내에 처음 영화 개봉을 통해 존재를 알린 슈퍼맨은 어린이들에게 그동안 TV에서 본 만화영화와 차원이 다른 우상이었다. 그 뒤로 여러 초영웅들이 등장하면서 아이들은 각자의 우상을 내세워 서로 싸우면 누가 이길지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근거도 없는 말싸움을 벌였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Batman v Superman: Dawn of Justice, 2016년)은 철없는 아이들의 질문에 답을 내놓은 듯한 영화다. 내용은 슈퍼맨(헨리 카빌)과 배트맨(벤 애플렉)이 한 공간에 등장하면서 서로 맞붙게 되는 설정이다. 마치 한 집안에 가..

조커(4K 블루레이)

팀 버튼이 그린 배트맨 시리즈만 놓고 보면 조커는 배트맨의 원죄 같은 숙적이다. 조커가 아니었다면 배트맨의 부모는 죽지 않았을 것이고 배트맨 또한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조커의 기원은 곧 배트맨의 기원으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팀 버튼의 '배트맨', '다크나이트' 등 숱한 작품들이 조커의 등장을 그렸지만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Joker, 2019년)는 결을 달리 한다. 우선 초점을 배트맨이 아닌 악당 조커에 맞췄다. 그것도 단순 사건 위주의 피상적 전개가 아니라 어떻게 조커가 등장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의 내면으로 파고드는 심리적 성찰에 초점을 맞췄다. 따라서 배트맨과 조커의 한바탕 액션을 기대하고 보면 실망스러울 수 밖에 없다. 아예 박쥐 마스크와 검은 망토를 휘날리는 배트맨이 등장..

배트맨 앤 로빈(4K 블루레이)

3편에 이어 메가폰을 잡은 조엘 슈마허 감독의 '배트맨 앤 로빈'(Batman & Robin, 1997년)은 경박하다.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생일파티처럼 시끄럽고 요란할 뿐 더 이상 고뇌하는 영웅은 보이지 않는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는 슈마허 감독에게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로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했다. 이유는 아이들이 기존 배트맨 시리즈를 보면서 무서워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슈마허 감독 역시 여기에 충실해 재미있게만 만들려고 하다보니 온통 장난감같은 특수무기와 알록달록한 세트, 배우들의 의상이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덕분에 근 10년 가까이 배트맨 시리즈의 후속작이 나올 수 없게 됐다. 반면 오랜만에 등장한 '배트맨 비긴즈'를 돋보이게 만든 효과도 있다. 처음부터 거두절..

배트맨 포에버(4K 블루레이)

조엘 슈마허 감독이 맡은 배트맨 시리즈 3번째 작품 '배트맨 포에버'(Batman Forever, 1995년)는 팀 버튼이 만든 2편의 전작과 달리 훨씬 밝아졌다. 젊은 층을 잡기 위해 MTV 스타일을 원한 제작사의 의도와 함께 "영화란 재미있고 즐거움을 주어야 한다"는 슈마허 감독의 영화관이 크게 작용했다. 그 바람에 영화는 심각한 이야기를 줄이고 볼거리로 승부를 건다. 주요 악당도 2명으로 늘었고 배트모빌도 화려하게 바뀌었으며 배트맨의 단짝 로빈까지 등장한다. 그 바람에 배역진이 호화로워졌다. 1,2편에서 배트맨을 연기한 마이클 키튼에 이어 발 킬머가 무뚝뚝하지만 우직한 배트맨으로 등장했고 크리스 오도넬이 로빈을 연기한다. 악당은 짐 켈리와 토미 리 존스가 맡아 성격파탄적이며 징글징글한 배역을 연기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