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베네딕트 컴버배치 9

더 스파이(블루레이)

1962년 발생한 쿠바 미사일 위기는 1960년대 발생한 가장 심각한 사건이었다. 냉전 시대 핵 위기의 상징 같은 이 사건은 구 소련이 미국의 코 앞인 쿠바에 핵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면서 비롯됐다. 본토 전역이 핵 미사일의 사정거리에 놓이는 미국은 이를 용납하지 않고 해상 봉쇄에 들어가면서 자칫 잘못하면 제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뻔한 일촉즉발의 위기를 야기했다. 결국 소련은 핵 미사일을 싣고 쿠바로 향하던 함대를 되돌려 전쟁의 위기를 모면했다. 이 사건은 미국과 소련 정상이 핫 라인을 개통하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당시 언론들은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과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수 싸움이 얽힌 양측의 외교전을 강조했다. 하지만 훗날 밝혀진 기록을 보면 당시에는 공개할 수 없었던 치열한 ..

1917(4K)

1917년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분기점이 된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난 해다. 미국의 참전과 러시아의 이탈이다. 중립을 견지하며 방관하던 미국은 독일이 유보트를 앞세운 무제한 잠수함 작전으로 1915년에 루시타니아호를 침몰시키자 이를 빌미로 전쟁에 개입해 연합국에 군수물자를 대량 지원하다가 1917년 본격적으로 참전했다. 강대국인 미국의 참전은 좀처럼 기울지 않던 전쟁의 균형추를 대번에 영국과 프랑스 등 연합국 쪽으로 기울게 했고 이듬해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동맹국이 항복하게 만들었다. 반면 러시아의 이탈은 좀 더 빨리 끝날 수 있었던 전쟁을 1918년까지 이어지게 만들었다. 러시아는 1917년 2월에 일어난 사회주의 혁명으로 케렌스키 정부가 들어서며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가 퇴위했다. 이후 혼란스러운..

커런트 워(블루레이)

알폰소 고메즈 레존(Alfonso Gomez-Rejon) 감독의 '커런트 워'(The Current War, 2017년)는 과학영화가 지루하고 어렵다는 편견을 깬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인류 발전에 크나큰 기여를 한 전기 전쟁을 다루고 있다. 위대한 천재로 꼽히는 토마스 에디슨(Thomas Alva Edison)과 그에 맞서는 조지 웨스팅하우스(George Westinghouse)가 미국이 채택할 전기 공급 방식을 놓고 싸움을 벌이는 내용이다. 에디슨(베네딕트 컴버배치 Benedict Cumberbatch)은 직류 방식을, 웨스팅하우스(마이클 새넌 Michael Shannon)는 교류 방식을 각각 밀고 있었다. 레존 감독은 이 과정을 마치 무림고수의 대결처럼 두 사람의 싸움으로 묘사해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이미테이션 게임(블루레이)

인류의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한 앨런 튜링은 비운의 천재였다. 그는 사실상 세계 최초의 컴퓨터를 만들었고 인공 지능을 연구했으며 인지 과학을 시작했다. 하지만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화학적 거세를 당했고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려졌다'라고 쓴 이유는 경찰 발표 등을 보면 청산가리를 이용한 자살이 유력하지만 독살당했다는 음모론 또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극적인 죽음 이후에도 그는 수십 년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의 업적이 제2차 세계대전의 승패를 가를 만큼 커다란 기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워낙 중요한 국가 기밀이어서 노출할 수 없었다. ◇튜링의 삶을 다룬 정교한 드라마 모튼 틸덤 감독의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 2014년)은 바로 이러한 ..

블랙 매스 (블루레이)

미국의 연방수사국(FBI)은 중범죄자 리스트를 따로 관리한다. 9.11 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처럼 주로 범죄계 거물들이 오른다. 과거 오사마 빈 라덴은 죽기 전에 이 리스트에서 1위였다. 두 번째는 미국 갱단 두목 제임스 화이트 벌저였다. 벌저는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미국에서 어느 정도 나이든 사람이라면 다 알만한 범죄 거물로, 과거 알 카포네 만큼이나 유명한 존재다. 아일랜드계 이민자의 후손인 벌저는 1970,80년대 윈터힐이라는 갱단을 만들어 보스턴에서 밤의 제왕처럼 군림했다. 각종 청부 폭력은 물론이고 마약 밀매, 도박, 사채업 등으로 돈을 번 그는 19명을 죽인 혐의로 수배 대상에 올랐다. 그런데도 그는 무려 16년이나 도망 다녔다. 그것도 쥐도 새도 모르게 산 속으로 숨어 다닌 것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