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불산 3

황비홍3(블루레이)

서극 감독의 '황비홍 3'(黃飛鴻之三獅王爭覇, 1993년)는 서극 감독과 이연걸 콤비가 만든 3편의 시리즈 가운데 가장 박한 평가를 받는다. 전작들보다 액션의 강도가 떨어지고 이야기 또한 긴장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황비홍과 소균(관지림)의 로맨스에 치중하면서 액션극이라기보다 러브스토리에 가깝게 변질됐다. 여기에 서극 감독 특유의 어설픈 코미디를 섞으면서 힘이 빠졌다. 내용은 사자탈춤 대회인 사왕 대회를 장악하려는 악당들과 황비홍의 싸움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 리홍장을 죽이려는 러시아 암살 세력의 에피소드가 사족처럼 끼어들었다. 러시아 암살단 이야기는 굳이 없어도 상관없을 텐데 관지림과 로맨스에 갈등 구조를 만들기 위해 끼워 넣은 성격이 강하다. 그렇다 보니 이야기가 다소 산만하게 전개되는 것이 흠이다...

황비홍(블루레이)

황비홍은 '정무문'의 곽원갑과 함께 근대 중국의 무술 영웅으로 꼽히는 실존 인물이다. 홍가권의 고수인 그는 1847년에 대대로 무술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통해 전수된 홍가권을 어려서부터 연마한 황비홍은 집안이 너무 가난해 8세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길거리에서 무술 시범을 보이고 약을 팔았다. 하지만 워낙 무술 실력이 출중했던 그는 홍가권뿐만 아니라 당대 뛰어난 무술 스승들에게 철선권, 무영각, 취팔선권 등도 전수받았다. 황비홍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렇게 전수받은 무술들을 개량해 자신만의 권법을 다듬었고 말년에는 십독수라는 비밀 기술까지 개발했다. 17세 때 도장을 연 황비홍은 광부와 시장 상인들에게 무술을 가르쳤고 26세 때 한의원인 바오즈린(寶芝林)을 세워 사람들의 병을 치료했다. ..

엽문 (블루레이)

엽문이라는 무술가가 있다는 사실은 세계적 쿵후 스타 이소룡 때문에 처음 알았다. 이소룡이 직접 만든 무술인 절권도의 근간이 되는 영춘권을 엽문에게 배웠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계기였다. 이소룡을 다룬 책 중에 비교적 잘 쓴 브루스 토마스의 '이소룡, 세계와 겨룬 영혼의 승부사'를 보면 엽문을 만나게 된 사연이 자세히 나온다. 이소룡이 엽문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윌리엄 청 덕분이다. 이소룡은 어떻게 영춘권을 배웠나 윌리엄 청은 생소한 이름이지만 영춘권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인물이다. 원래 영춘권은 지극히 폐쇄적인 무술이다. 영춘권의 본류는 창시자의 적통을 이어받은 직계가족 등 소수에게만 전수돼 왔다. 그 외 사람에게 가르치는 영춘권은 일부를 빼거나 변형시킨 수련용으로, 지금 여러 국가에 퍼져있는 영춘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