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드러내서 아름다운 사랑이 있고, 감추고 지켜봐야 하는 사랑이 있으며, 말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랑도 있다. 이안 감독의 '색계'(Lust, Caution, 2007년)는 그 가운데서도 가장 지독한, 모든 것을 던진 절망적인 사랑이다. 이 작품은 역적을 처단하기 위해 신분을 숨긴 채 잠입한 여자 스파이가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미묘하게 흔들리는 이야기다. 그래서 욕망을 뜻하는 '색'(色)과 경계하고 자제할 것을 뜻하는 '계'(戒)가 결합됐다. 이안 감독의 특징은 차분하고 조신하게 감정을 끌어올린다는 것. 마치 계단을 성큼성큼 뛰어오르는게 아니라 한계단 한계단 조심스럽게 밟아 올라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결혼피로연' '음식남녀' '와호장룡' 등 그가 만든 작품들을 보면 화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