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사다 케이지 2

안녕하세요(블루레이)

1970, 80년대 익숙한 풍경 중 하나가 만화가게다. 만화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만화책을 빌려주는 대본소다. 가게에 찾아가 읽기도 하고 한 번에 여러 권을 빌려 집에 와서 배를 깔고 누워 보기도 했다. 별다른 오락거리가 없던 1970년대에 만화가게는 아이들의 오락실이었다. 1970년대 초반에는 이 만화가게에서 돈을 받고 TV도 보여줬다. 한 번에 10원인가 20원인가 내고 시간 맞춰 가면 TV에서 방영하던 '황금박쥐' '009' 등의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었다. 늘 이 돈을 내고 보기 힘들었던 아이들은 만화가게의 미닫이 문틈으로 몰래 들여다봤다. 그러다 주인에게 들키면 눈 앞에서 문이 쾅 닫히며 한 소리 들어야 했다. 당시로서는 TV가 워낙 비싸서 쉽게 사기 힘들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었다. 흑백 TV..

꽁치의 맛(블루레이)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작품들은 편안해서 좋다. 마치 일기장을 들여다보듯 우리네 소소한 일상 속 흔한 얘기들이 담담하게 펼쳐진다. 그러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에서 새삼 거장의 무게를 느낀다. '꽁치의 맛'(秋刀魚の味, 1962년)도 마찬가지. 이 작품은 '만춘' '가을 햇살' 등 그의 전작들에서 되풀이된 홀로 된 부모가 딸을 시집보내고 쓸쓸한 황혼을 맞는 이야기다. 류 치슈, 오카다 마리코, 미카미 신니치로, 나카무라 노부오 등 출연진도 '가을 햇살'과 상당 부분 겹친다. 다른 점이 있다면 '가을 햇살'이 혼자 남은 나이 든 중년 여성이 과년한 딸 걱정을 다뤘다면 이 작품은 혼자 남은 중년 남성의 외동딸 걱정을 다뤘다. 근저에는 아버지가 됐든, 어머니가 됐든, 딸이 됐든 모두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