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사카모토 류이치 2

철도원(블루레이)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의 '철도원'(鐵道員: ぽっぽや, 1999년)은 눈발이 펄펄 날리는 풍경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 속에 검은 제복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플랫폼에서 오롯이 눈을 맞으며 서 있는 영상은 한 폭의 시다. 그만큼 이 작품은 영상으로 모든 것을 말하는 훌륭한 작품이다. 그렇다고 영상이 전부인 작품은 아니다. 이야기나 서정적인 연출, 배우들의 묵직한 연기 또한 영상 못지않게 훌륭하다. 아사다 지로의 동명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일본 단카이 세대의 아픔과 회한을 그리고 있다. 일본 단카이 세대는 1960년대 이념적 갈등의 시기인 전공투 시절을 거쳐 경제 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다. 가족과 일터를 위해 개인을 버려야 했던 그들은 일과 직장, 가족이 전부였던 세대다..

전장의 크리스마스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전장의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 Mr. Lawrence, 1983년)는 군대 내 동성애자 색출 발언, 대선 후보들의 동성애 찬반 논란 등으로 시끄러운 요즘 분위기와 잘 맞는 영화다. 제 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이 점령한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연합군 포로수용소를 무대로 한 이 작품은 일본군과 영국군 사이에 미묘한 동성애 분위기를 다뤘다. 영화 속 내용들은 원작 소설인 '씨와 씨 뿌리는 자'를 쓴 로렌스 판 데르 포스트의 경험에 기초하고 있다. 네델란드군이었던 포스트는 제 2차 세계대전 때 자바 섬에서 일본군에 대항할 게릴라 부대를 만들던 도중 일본군에게 사로잡혔다. 죽음의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그는 1926년에 배운 일본어로 살려달라고 외쳤고 일본어를 하는 서양 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