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서영화 3

죄 많은 소녀(블루레이)

김의석 감독의 데뷔작 '죄 많은 소녀'(2017년)는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돼 뉴커런츠 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은 영화다. 이 영화는 죄의식과 책임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한 여고생이 같은 반 친구의 자살을 둘러싸고 책임이 있다는 지목을 받으며 시달린다.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지면서 같은 반 아이들은 물론이고 죽은 아이의 엄마까지 여고생을 찾아와 궁지로 몰아넣는다. 이후 벌어지는 사태들은 사람들이 죄의식 앞에서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얼마나 비겁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김 감독은 이 작품을 자신의 경험을 반영해 만들었다고 한다. 학창 시절 소중한 친구를 잃고 나서 자책의 드라마를 쓰고 싶어 만든 것이 이 작품이다. 눈에 띄는 것은 주연을 맡은 전여빈의 연기다. 그는 친구의 자살 ..

풀잎들 (블루레이)

홍상수 감독의 22번째 영화 '풀잎들'(2018년)은 사랑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등장인물들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과연 사랑이란 무엇이고, 사랑의 결과처럼 나타나는 결혼에 대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이 과정을 영화는 독특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화자인 여주인공(김민희)이 같은 공간을 중심으로 관찰하는 여러 사람들의 일화를 통해 사랑과 결혼에 대한 각자의 시각을 드러낸다. 재미있는 것은 김민희와 이들의 관계다. 김민희가 직접 인연이 얽히는 주변 인물은 동생 커플뿐이다. 나머지는 모르는 사람들이어서 김민희는 그저 관찰자의 위치에 머문다. 아마도 홍 감독은 이를 통해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의견들을 객관화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직접적인 인연이 얽히는 사람들은 중립적 입장을 갖는 것이 어려울 수 있기..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블루레이)

홍상수 감독의 작품들은 영화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영화를 다른 방식으로 만들 수 있고, 독특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15년)도 마찬가지. 이 작품은 구성이 독특하다. 똑같은 이야기를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눠 복기하듯 두 번 찍었다. 내용은 강연 때문에 수원에 내려간 영화감독이 한 여인을 만나 하룻밤의 인연을 만드는 이야기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같으면서도 조금씩 다르다. 동일한 인물들이 동일한 시간대에 똑같은 사건을 만들지만 디테일 및 인물들의 관계 형성이 미묘하게 어긋난다. 물감의 색, 나누는 대화, 거니는 길, 옷차림 등에서 약간씩 다른 부분들은 결국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시각의 차이, 생각의 차이를 보여준다. 또는 기억의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