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시얼샤 로넌 4

작은 아씨들(블루레이)

소설 '작은 아씨들'로 유명한 미국의 여류 소설가 루이자 메이 올컷의 뒤에는 남다른 부모가 있었다. 그는 183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저먼타운에서 네 자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브론슨 올컷은 목사이면서 자연주의 철학자였다. 그는 미국 사상계에 큰 영향을 미친 유명한 철학가 랠프 왈도 에머슨과 '월든'을 쓴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 우리 교과서에도 실렸던 '큰 바위 얼굴'을 쓴 너대니얼 호손 등과 친분이 두터웠다. '맑은 물에서 용난다' 특히 목사이며 초월주의 철학가였던 에머슨과는 절친이었다. 그의 요청으로 올컷이 '작은 아씨들'을 쓴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에 있는 소위 '과수원 집(오처드 하우스)'을 구입했다. 그의 바로 옆집에는 너대니얼 호손이 살았고 에머슨과 소로도 근처에 살며 가족끼리 ..

레이디 버드 (블루레이)

그레타 거윅 감독의 '레이디 버드'(Lady Bird, 2018년)는 흔히 있을 수 있는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을 다룬 영화다. 특히 자식이 커가면서 주관이 뚜렷해지면 어쩔 수 없이 의견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감정 충돌에 예민한 사춘기 소녀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시얼샤 로넌이 연기한 여주인공 레이디 버드는 대학 진학을 앞둔 고교 졸업반이다. 본명 외에 호처럼 따로 '레이디 버드'라는 이름을 지을 정도로 자의식이 강한 그는 대도시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주도이지만 자그마한 소도시인 새크라멘토에 거주하는 그는 누가 사는 곳을 물으면 샌프란시스코라고 거짓말할 만큼 고향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당연히 대학도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의 큰 학교로 가기를 원한다. 하지만 엄마는 실직한 아버지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블루레이)

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비주얼을 위해 이야기가 존재하는 영화다. 형형색색의 다양한 영상들이 마치 양과자점에 벌려 놓은 예쁜 컵케이크처럼 반짝 반짝 빛난다. 그만큼 색깔이 예쁘다. 하지만 타셈 싱 감독의 '더 폴'처럼 장대하고 감동적인 비주얼은 아니고 아기자기한 소품 같은 비주얼이다. 여기에 잘 꾸며진 연극 무대를 보는 듯한 정돈된 미장센 또한 돋보인다. 그렇다고 이야기를 도외시한 채 비주얼만 신경 쓴 것은 아니다. 여귀족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테리한 사건을 약간은 코믹한 추리소설처럼 펼쳐 놓았다. 즉, 적당한 가벼움을 가미해 비주얼을 살리면서 이야기를 끌어간 점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마치 엽기적인 작품을 잘 만드는 팀 버튼의 팬시 버전처럼 지나친 무거움과 어두움을 살짝..

한나 (블루레이)

영화 속에 여전사들이 등장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에이리언'부터 '지아이 제인''니키타' '툼레이더' '레지던트 이블' 등 숱하게 많다. 그런데 최근 여전사들이 어려지기 시작했다. '킥 애스'를 필두로 '서커펀치'에 이어 '한나'까지 10대 소녀들이 눈하나 깜짝 않고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인다. 세상이 흉악해진 탓도 있지만, 신기한 볼거리와 자극을 찾는 요즘 영화들의 추세와도 무관치 않은 듯. 조 라이트 감독의 '한나'(Hanna, 2011년)도 마찬가지. 16세 소녀 한나는 숲 속에서 세상과 격리된 채 아버지와 둘이서만 살았다. 아버지가 그에게 가리킨건 필살의 격투기와 사격술. 아버지의 목적에 따라 숲에서 나온 한나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세상과 충돌한다. 이 과정에서 그의 탄생 비밀이 하나..